정호영 기자회견 자청했지만… 의혹은 안 풀렸다

입력
2022.04.18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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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편입에 관여 안 해… 청탁 불가능한 구조"
아들 4급 판정엔 "서로 다른 의사 3명이 진단"
'일반전형 탈락 서류로 특별전형 합격' 의혹 여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기자회견을 자청, 자신이 경북대병원 고위직에 있을 때 자녀의 의대 편입과 아들의 병역 판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40분간의 회견에서 "부당한 행위(팩트)는 없었다"는 말을 7번이나 반복하면서 교육부와 국회의 검증을 받겠다고도 했다. 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강행 의지를 밝히며 정면 돌파에 나섰지만,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반응이 우세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강당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정 후보자는 22쪽 분량의 자료집 배포와 함께 △두 자녀 편입생 선발 공정성 시비 △자녀의 경북대병원 자원봉사 실적 △아들의 논문 공저자 등재 △아들의 4급 보충역 판정 등 주요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후보자의 딸(29)과 아들(31)은 각각 2016년과 이듬해에 경북대 의대 편입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이 시기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에서 부원장급인 진료처장(2014~2017년)과 병원장(2017~2020년)을 역임했다.

정 후보자는 자녀 편입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원자 평가는 1단계 서류평가와 2단계 면접평가로 이뤄지는데, 두 자녀 모두 주관성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면접평가 점수가 자동 산출되는 서류평가 점수보다 낮은 만큼 특혜로 볼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면접전형엔 교수 50여 명이 무작위 추첨으로 고사실에 3명씩 배정돼 특정 학생과 교수가 만날 확률은 천문학적 수치(매우 작다는 의미)”라며 “자녀들의 지원 사실을 교수들에게 얘기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2017년 경북대 의대 편입 전형에 '지역인재 특별전형'이 새로 생기고 직전 해 떨어졌던 아들이 이를 통해 합격한 점을 둘러싼 의혹엔 "경북대와 영남대만 그 전해 의대 편입에서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실시하지 않았다가 대구시 요청을 받고 시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녀들의 병원 자원봉사 신청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엔 "누구나 신청하면 별도 제한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 후보자는 아들 병역 논란에도 적극 해명했다. 정 후보자 아들은 2010년 병역 신체검사에서 현역(2급) 판정을 받은 뒤 2015년 척추협착증 진단을 받고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4급) 판정을 받았는데, 재검을 받기 직전 부친이 진료처장으로 있던 경북대병원에서 병무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가 병원을 찾기 전 1년 10개월 동안 진료를 받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됐다.

정 후보자는 이에 “(4급 판정은) 경북대병원의 MRI검사 2차례와 병무청의 CT검사를 거치며 서로 다른 세 명의 의사가 진단한 것”이라면서 “4급 판정 과정에서 어떤 특혜도 없었고 엄격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자녀 편입학과 관련해선 교육부 조사를, 아들 병역 판정에 대해선 국회 지정 의료기관에서 검사 및 진단을 받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공식적으로 조사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정 후보자가 편입 전형 과정에 청탁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지만, 결국 심사위원은 경북대 의대 교수로 구성되는 만큼 병원 고위급이던 정 후보자가 이들에게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정 후보자 아들이 2016년 의대 편입 일반전형에 탈락한 뒤 이듬해 특별전형에 사실상 똑같은 지원서류를 내고도 합격했다는 의혹도 말끔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비(非)의대 출신 의사 지망생이라면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병행 지원을 위해 대부분 응시하는 의학적성시험(MEET·미트)을 정 후보자 아들은 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의심이 사실이라면 의전원에 비해 선발 인원이 적은 의대 편입에만 의존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소진 기자
이정원 기자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