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의 ‘의대 입시 아빠 찬스’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를 택하면서 국민의힘이 고민에 빠졌다. '예비 집권여당'으로서 정 후보자를 엄호하자니, '공정'을 잣대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몰아붙였던 과거와 충돌한다는 게 문제다. 정 후보자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 없지 않지만, 윤 당선인이 17일 "부정의 팩트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낸 후엔 대체로 잦아들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와 관련해 논란이 되는 상황이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게 되면, 우리 당 의원들이 입법부 소속으로 매우 엄밀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감싸지 않은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하게 되면"이라는 표현에 정 후보자의 중도 사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이 대표의 발언은 아직까진 소수 의견이다.
국민의힘은 ‘내로남불’ 프레임을 가장 걱정한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 병원 고위 간부였을 때 그의 아들과 딸이 의대 학사 편입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의혹의 핵심이 장관 후보자 자녀의 의대 특혜 입학 여부라는 점, 입시 전형 과정에 정 후보자의 동료 교수들이 등장한다는 점 등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많다. 국민의힘이 정 후보자를 두둔하면 "조국은 안 되고 정호영은 되느냐"는 역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은 "동일 잣대로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우리가 보기에도 조국 사태의 데칼코마니”라며 “물밑에서 의원들이 윤 당선인 측에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팩트' 여부를 떠나 윤 당선인의 리더십에 흠집이 날 가능성도 국민의힘이 고민하는 지점이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살아있는 권력’인 조 전 장관 가족의 대학입시 비리를 거침없이 수사했고, '원칙'과 '공정'은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 됐다. '금수저발 불공정'에 분노한 청년들의 환호가 특히 컸다. 정 후보자를 감싸는 모습을 보이면 윤 당선인이 입을 상처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17일 한국일보에 “정 후보자 본인은 실정법 위반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공정 측면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서 “스스로 후보자 사퇴 결단을 내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조만간 시작될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한동훈 전쟁'이 예고돼 있는 가운데 전선이 추가되는 것도 국민의힘은 반기지 않는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벼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방어가 힘들다"며 "여러 사람의 도덕성·자질이 시비가 붙을수록 국민들이 '인사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평가를 내리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