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녀 입시 의혹 등에 대해 “어떤 부당행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회견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정 후보자 관련 의혹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명확한 학력 위·변조가 국민 앞에 확인됐다. 정 후보자도 그에 준하는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부연했다.
□ 불법만 아니면 된다는 공직자의 기준은 조 전 장관이 “입시관행이었을 뿐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한 순간 씨앗을 뿌렸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인은 대대적 수사를 통해 불법의 증거를 찾아냈고 처벌과 입학 취소로 이어졌다. 이런 식이라면 정 후보자와 관련된 ‘부정의 확실한 팩트’나 ‘범법 행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검찰 수사를 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선 “그때와 똑같이 털어라”라는 말이 나온다.
□ 범법은 당연히 없어야 하나 공직자의 도덕성 기준은 그보다 높아야 한다. 하필이면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일 때 경북지역 출신 대상 특별전형이 신설됐고, 앞서 경북대 의대 편입학에 실패했던 정 후보자 아들이 이 전형을 통해 편입에 성공한 사실 등 이해충돌 소지가 보이는 의혹이 많다. 사실 의혹에 앞서 정 후보자가 여러 칼럼에서 드러낸 시대착오적 인식은 복지부 장관으로서 기본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 열쇠는 윤 당선인에게 있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조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이 법의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를 받아들여 지명을 철회하고 제도적 검찰개혁에 매진했다면 나라를 두 동강 낸 조국 사태도, 윤 당선인의 현재도 없었을 것이다. 법조인 출신인 윤 당선인 또한 문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부정의 팩트”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를 보는 게 대통령의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