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부정의 팩트"와 공직자의 자격

입력
2022.04.17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녀 입시 의혹 등에 대해 “어떤 부당행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회견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정 후보자 관련 의혹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명확한 학력 위·변조가 국민 앞에 확인됐다. 정 후보자도 그에 준하는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부연했다.

□ 불법만 아니면 된다는 공직자의 기준은 조 전 장관이 “입시관행이었을 뿐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한 순간 씨앗을 뿌렸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인은 대대적 수사를 통해 불법의 증거를 찾아냈고 처벌과 입학 취소로 이어졌다. 이런 식이라면 정 후보자와 관련된 ‘부정의 확실한 팩트’나 ‘범법 행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검찰 수사를 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선 “그때와 똑같이 털어라”라는 말이 나온다.

□ 범법은 당연히 없어야 하나 공직자의 도덕성 기준은 그보다 높아야 한다. 하필이면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일 때 경북지역 출신 대상 특별전형이 신설됐고, 앞서 경북대 의대 편입학에 실패했던 정 후보자 아들이 이 전형을 통해 편입에 성공한 사실 등 이해충돌 소지가 보이는 의혹이 많다. 사실 의혹에 앞서 정 후보자가 여러 칼럼에서 드러낸 시대착오적 인식은 복지부 장관으로서 기본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 열쇠는 윤 당선인에게 있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조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이 법의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를 받아들여 지명을 철회하고 제도적 검찰개혁에 매진했다면 나라를 두 동강 낸 조국 사태도, 윤 당선인의 현재도 없었을 것이다. 법조인 출신인 윤 당선인 또한 문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부정의 팩트”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를 보는 게 대통령의 정치다.

김희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