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엄호한 윤석열 당선인... '조국과 공정의 짐'은 어쩌나

입력
2022.04.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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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감쌌다. 정 후보자가 근무한 경북대 의대에 그의 두 자녀가 편입한 과정에 부당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지만, 윤 당선인은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정 후보자도 기자회견을 열어 "어떤 부당 행위도 없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윤 당선인의 모습은 2019년 조국 사태 때의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와 닮았다. ①임명권자로서 명백한 위법 행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도덕성 의혹에 휩싸인 공직 후보자를 감싼다는 점 ②불공정에 분노하는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 ③그러는 사이 의혹 당사자가 무고함을 주장하며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윤 당선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비리 수사를 주도하며 '공정의 수호자' 이미지를 굳혔고, 결국 대통령에 올랐다. 윤 당선인이 조국 사태 때의 문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선택을 하면 역풍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조국의 짐'이 윤 당선인의 어깨에 놓여 있는 셈이다.

①교수 자녀·의대 입시… 정호영·조국 의혹 판박이

"교수 부모가 쌓아 준 '스펙'으로 의대에 합격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 정 후보자 자녀들이 받는 의혹은 조 전 장관 딸의 의전원 입시 비리와 유사하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 병원 부원장·원장으로 재직할 때 그의 딸, 아들이 경북대 의대에 연이어 학사 편입했다. 경북대 의대 편입은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성적 없이 구술 고사, 면접 평가, 학점, 영어 성적 등으로 합격자를 가르기 때문에 정성평가 비중이 매우 높다. 경북대 병원 최고위직인 정 후보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 후보자의 자녀들이 경북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논문 실적을 쌓아 의대 편입용 '스펙'을 쌓았다는 점도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②셀프 해명 기자회견… 조국·정호영 대응도 닮았다

정 후보자가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도 조 전 장관과 비슷하다. 정 후보자는 17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23쪽 분량의 해명 자료집을 언론에 배포한 그는 40여 분 넘게 무고함을 강조했다. "자녀의 의대 편입이나 병역 처리 과정은 최대한 공정성이 담보되는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결과도 공정성을 의심할 대목이 없다"고 말했다. 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보다 자세히 해명하겠다"며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조 전 장관도 2019년 9월 장관 후보자로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국회에서 9시간이 넘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문 대통령은 그를 장관에 임명했다.

③尹 "팩트 있어야"… 조국 임명 강행 文의 논리?

윤 당선인은 정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 "부정적인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언론의 의혹 제기에 떠밀려 장관 지명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윤 당선인은 최근 정 후보자의 해명을 직접 들었다고 한다.

윤 당선인 측은 "국민적인 우려가 크긴 하지만 조민씨 사례처럼 명확한 위법·불법 행위가 드러난 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일단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국민 말씀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2019년 9월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조 전 장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 본인이 관여한 '증거'가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조 전 장관 딸의 입시 비리는 검찰 수사에서 혐의가 확인됐다.



④'정호영 카드' 꼭 필요한 이유에 물음표

윤 당선인이 쉽게 물러서지 않는 건 새 정부 초대 내각 인선 작업을 하면서 '보건복지 분야를 개혁할 인재'로 정 후보자를 직접 낙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 대통령도 조 전 장관 임명 이유로 '사법 개혁 적임자'라는 이유를 꼽은 바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정 후보자가 윤 당선인과 대학시절부터 교류한 '40년 지기'라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에 대해 끝내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김지현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