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자신의 정상 조직·세포를 공격 대상으로 여기며 비정상적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류마티스관절염, 전신 홍반성 낭창(루푸스), 쇼그렌 증후군, 전신 경화증, 다발성 근육염, 피부근염 등이 꼽힌다.
염증성 근육염은 자가면역 메커니즘에 의해 근육과 주변 조직이 공격을 받아 염증이 발생하는 근육 질환이다.
다발성 근육염과 피부근염이 여기에 속한다. 또 드물게 나타나는 봉입체 근육염, 면역 매개 괴사성 근염 등도 염증성 근육염이다. 염증성 근육염이 발생하면 근육 조직이 파괴돼 힘이 빠지고 근육통이 발생한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근육량이 줄어 근육 위축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은 공격받는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다발성 근육염은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근력이 점차 약해진다. 근육 약화는 몸통에 가까운 쪽의 큰 근육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앉았다 일어서기, 계단 오르내리기, 무거운 물건 들기 등의 동작이 힘들어지고, 근육통이 종종 동반된다. 심하면 식도에 있는 근육을 침범해 음식 삼키기가 어려워지고, 심장근육을 침범하거나 호흡에 관련된 근육이 약화하면서 호흡곤란이 생기기도 한다.
피부근염은 다발성 근육염 같은 근육 약화와 함께 얼굴ㆍ몸통ㆍ손 등에 특징적인 피부 병변이 나타난다. 눈 위쪽 눈꺼풀에 연한 보라색 발진 때문에 화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손등 관절 부위에 특징적인 피부 발진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봉입체 근육염은 말단부 근육에 염증과 퇴행성 변화가 서서히 진행하면서 근육 위축과 근력 약화가 나타나고,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김문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근육 외에 내부 장기를 침범하기도 하는데, 간질성(間質性) 폐 질환으로 숨이 차거나, 심장을 침범해 심근염이 발생하면 심부전이나 부정맥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위장관을 침범하는 경우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장애, 위액이 넘어오는 역류성 식도염, 설사나 변비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원인은 대부분의 자가면역질환과 마찬가지로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가지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요인이 합쳐져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발요인으로 바이러스나 일부 약물들이 거론되지만 유전 질환은 아니다.
다발성 근육염과 피부근염은 연간 100만 명 당 2~8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남녀 성비는 1대1.5로 여성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어린이는 주로 피부근염 형태로 발생하는 반면, 어른에서는 다발성 근육염과 피부근염 모두 발생할 수 있다.
일단 염증성 근육염이 의심되면 혈액 중 여러 가지 근육 효소를 측정함으로써 근육 파괴 정도를 알아볼 수 있다. 다만 이런 효소 중 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 전달 효소(AST), 알라닌 아미노 전달 효소(ALT)는 간 손상 시에도 증가하므로 간염으로 잘못 진단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가 임상적 증상을 고려해 진단해야 한다.
이외에 혈액 중 자가항체나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영상 검사 등으로 근육 침범을 확인하고, 신경병증 등 다른 질병과 구분하기 위해 신경 근전도 검사를 한다.
김문영 교수는 “염증성 근육염의 가장 정확한 진단법은 근육 조직검사로, 숙련된 병리과 의사의 판독이 중요하다”며 “특히 염증성 근육염의 경우 암이 동반될 수 있는데 피부근염의 20~30%에서 암이 함께 발견되는 만큼 반드시 검사해야 한다”고 했다.
치료에는 스테로이드가 주로 쓰이고, 추가로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70~80%의 환자에서 완전하거나 또는 부분적으로 호전되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환자가 느끼는 근력 회복 단계까지는 2개월 이상 필요할 수 있다. 이후에도 최소 수 개월간 스테로이드의 유지가 필요하고, 경과에 따라 감량한다. 다만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골다공증, 위궤양, 체중 증가, 당뇨병 악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방법은 따로 없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로 기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치료가 늦어지면 예후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빨리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문영 교수는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 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병용하지만 각각의 약물 부작용도 잘 관찰해야 한다”며 “특히 질병 자체보다 심장, 폐 혹은 다른 전신적인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별로 합병증에 대처할 수 있는 여러 진료과와 협진이 필수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