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지면서 한국은 첫 확진자 발생 이후 820일 만에 일상회복에 접어들었다. 'K방역'으로 주목받던 한국은 세계 8위 확진자 발생국이면서도 치명률은 세계 최저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망 최소화엔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병상·인력·백신·치료제 부족으로 위기가 반복됐던 건 오점으로 남았다.
17일 코로나19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 아시아에서는 2번째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나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누적 확진자는 1,630만5,752명으로, 세계 전체(5억419만2,096명)의 3.2%다. 누적 확진자 수 세계 1위인 미국(8,230만9,113명)의 약 20%, 아시아 1위인 인도(4,304만2,097명)의 38%다.
국민의 30%가 넘게 코로나19에 걸렸지만, 치명률(0.13%)은 세계 최저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세계 190개국 중 예멘이 치명률 18.2%로 가장 높고, 수단(7.9%), 페루(6%)가 뒤를 잇는다. 주요 7개국(G7)인 △미국 1.2% △캐나다 1.1% △영국 0.8% △일본 0.4% 등과 비교해도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2020년 5월 2.4%까지 치솟았던 치명률이 18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높은 백신 접종률 때문이다.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2차 접종률은 86.8%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포르투갈, 칠레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세계 평균(56.34%)과 비교해도 뛰어나다. 미국 CNN방송은 "한국과 뉴질랜드는 특히 질병과 사망에 취약한 노인들에게 백신을 접종해 확진자가 늘어도 낮은 치사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변이인 오미크론이 확산한 후 대부분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오미크론 우세기로 분류하는 올해 1월 1일부터 발생한 확진자는 1,567만4,965명으로, 전체의 96.1%에 이른다. 이 시기 사망자도 1만5,529명으로 전체의 73.6%다.
미국, 유럽 등에서 유행 감소 후 재확산을 불러일으킨 이른바 '스텔스 오미크론'(BA.2)이 국내에선 오미크론(BA.1)과 동시에 확산했다. 이 때문에 확산 정점이 외국보다 높게 형성되며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점 당시 주간 일평균 코로나19 발생률은 100만 명당 7,835명으로, 미국(2,425명), 영국 (2,681명), 프랑스(5,436명)보다 훨씬 높았다. 확진과 함께 사망 규모거 커지면서 화장장 대란이 계속되기도 했다.
결과만으론 선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위기 상황도 수차례 있었다. 먼저, 병상과 인력 부족 문제가 유행 확산 때마다 반복됐다. 2020년 12월 3차 대유행 당시 요양병원·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불어나면서 병상과 인력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났고, 지난해 말엔 하루 1,000명 넘는 환자가 병상이 없어 대기하기도 했다. 이후 오미크론 유행을 앞두고 병상을 늘리고 이송 체계를 점검했지만, 수십만 명씩 환자가 쏟아지면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라 나왔다.
백신도 부족해 곤혹을 치러야 했다. 정부는 안전성을 이유로 초기 백신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이는 결국 수급난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5월에는 물량 부족 때문에 고령층 접종을 중단했고, 1차와 2차 접종 간격을 조정했다. 먹는 치료제 또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재고량이 빠르게 줄어들자 부랴부랴 도입 속도를 올렸다.
방역 정책엔 일관성과 공정성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달 초엔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으로 향하는 도중에 거리두기를 완화해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 방역'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