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강 상류에 중국이 건설한 11개의 댐 때문에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예측 불가능한 수량 변화에 어류는 물론 조류와 물소 등 강 어귀에서 서식하는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추가 댐 건설까지 예고하면서 메콩강의 생태계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15일 메콩강위원회(MRC)와 세계야생동생물기금(WWF) 등에 따르면, 중국의 댐 운용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동물은 어류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캄보디아의 톤레사프 호수 등에서 서식하는 대형 어류 팡가시우스는 2010년 중국의 댐 개발 이후 개체수가 90%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강 하류의 민물고기 68종은 이미 멸종했고, 22종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적인 희귀종인 민물 돌고래도 멸종 위기다. 메콩강에 서식하는 민물 돌고래는 현재 채 10마리도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월 라오스와 캄보디아 국경지대 하천에선 죽은 민물 돌고래가 발견되자 WWF는 "중국이 상류에 댐을 개발한 이후 유량이 변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돌고래의 개체수가 급감했다"고 꼬집었다.
메콩강의 조류와 물소들도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중국의 댐 개발 이후 희귀종 강제비갈매기 개체수는 80% 이상 감소했고, 태국 물소는 지난 6개월 동안 89마리가 죽어나갔다. 강이 제때 범람한 뒤 낮은 지역에 초목을 형성해야 조류들이 둥지를 만들고 물소들이 먹이를 먹을 수 있는데, 댐 건설로 유량이 들쭉날쭉해지면서 생태계가 붕괴된 탓이다.
아유왓 워타나카녹 태국 조류 보존협회장은 "강은 계절에 맞게 범람해야만 한다"며 "중국이 건설한 댐으로 인해 생태계의 리듬이 지금처럼 계속 깨진다면 조류는 물론 다른 동식물도 서서히 멸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댐을 건설한 중국은 댐과 생태계 피해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우리 댐은 메콩강이 가뭄에 들면 물을 방류해 도움을 주고 있다"며 "실제로 장마철 물 유입량은 30% 줄였고 건기에는 70%가량 더 내려보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메콩유역 5개국(라오스ㆍ태국ㆍ미얀마ㆍ캄보디아ㆍ베트남)은 "중국의 인위적 수량 통제 자체가 문제"라며 "중국은 자연스럽게 일어나야 할 장마와 가뭄을 방해하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인지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메콩유역국들은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유역 변화와 관련된 범국가적 공동연구에 나선 상황이다. 연구 결과는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지만, 중국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 중국 정부는 메콩국가들의 지속적인 반발에도 추가로 13개의 댐을 메콩강 상류에 건설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