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와 몬델레즈 등 세계적 식품 기업 직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본사가 러시아에서 영업을 계속하는 것에 반발하고 나섰다. 직원들은 사측에 영업 중단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내거나, 사표를 던지며 저항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네슬레와 펩시코, 오레오 과자로 유명한 몬델레즈사 직원들의 인터뷰와 내부 통신 내용을 통해 ‘우크라이나인 학살을 돕는 피 묻은 돈(bloody money)을 러시아에 보태주는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여론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반발은 주로 전쟁 피해국인 우크라이나와 인접국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 직원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몬델레즈사 소속 직원 130여 명은 지난달 더크 반 최고경영자(CEO)에게 '러시아에서 모든 영업을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보냈다. 이들은 청원서에 "세금과 월급의 형태로 러시아인에게 지급되는 루블은 러시아군 물자 공급을 도와 결국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죽게 된다"고 적시했다. 몬델레즈는 지난달 9일 러시아에서의 방송 광고 중단을 선언했지만, 온라인에선 50만 루블(약 740만 원) 상금을 건 오레오 판촉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직원 청원을 받고서 "이 끔찍한 전쟁에 대해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줘 감사하다"며 "우리는 전 세계 동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임원진은 각자의 팀과 활발하게 소통 중이다"라고만 답했다.
세계 최대 식음료 기업 네슬레의 직원들은 자진 퇴사하는 방식으로 반발했다. 지난주 다수의 네슬레 우크라이나 지부 직원들은 회사에 사표를 내고 남아 있는 동료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난했다. 한 직원은 그만두기 전 마르코 세템브리 네슬레 부사장이 '러시아 영업을 지속하고 그곳 직원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폭로하고 “20여 명의 팀원 전체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러시아군과 전쟁 중인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듣기 싫다"는 내용의 공개 게시물을 작성했다.
비난 여론에도 이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일부 ‘필수품’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펩시는 탄산음료 판매는 중단했지만, 우유 등 유제품은 팔고 있다. 펩시에 근무하던 한 폴란드인 직원은 퇴사 후 "여전히 펩시가 러시아에서 영업하고 있는 걸 보니 (퇴사는) 옳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필수품으로 분류되는 제품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네슬레에서 일하는 세 명의 직원들은 "어떤 품목이 '필수적'이라고 판단되는 건지 회사가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통신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