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尹·安 '공동정부' 약속 ... 만찬 회동으로 극적 봉합

입력
2022.04.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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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일정 보이콧·尹 "장관 인선 문제없다" 
파국 우려 속 만찬 회동으로 봉합 모양새
정부·공공부문 요직 인선 두고 갈등 잠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간 공동정부 구성 약속이 14일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날 마무리된 새 정부 내각 인선 내용을 두고 두 사람이 결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지만 전격 만찬 회동으로 극적 봉합을 이루면서다. 윤 당선인 측은 “양측이 새 정부 성공을 위해 하나가 되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차관급 인선과 공공부문 요직 인선에 따라 양측 간 갈등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철수, 패싱 논란에 일정 보이콧

파국은 면한 셈이지만,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양측 간 균열 조짐을 뚜렷했다. 윤 당선인이 발표한 3차 인선에서도 안 위원장 측 인사가 배제되면서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안 위원장이 이날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면서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윤 당선인의 발언에는 인선에 대한 문제 의식이나 안 위원장을 배려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상 기류는 전날(13일)부터 감지됐다.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과 인수위 관계자들의 도시락 만찬에 불참했다. 내각 2차 인선 발표 직후로, 인사 불만 표출로 해석됐다. 안 위원장의 마음은 10일(1차 인선·8명)과 14일(2차 인선·8명) 사이에 급속도로 식은 것으로 보인다. 1차 인선에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는 1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인수위원직을 던졌지만, 안 위원장 측은 "다음 인선안까지 봐야 한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이 의원의 사퇴를 말렸다고 한다.


그러나 14일 2차 인선 명단에도 '안심'(안 위원장의 마음)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안 위원장도 윤 당선인의 공동정부 구성 의지를 본격적으로 회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인선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납득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안 위원장 측에서 흘러나왔다. 한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왜 빠졌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조차 없었다"고 했다. 안 위원장 측은 내각 명단을 미리 공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安 패싱? 이해 안 간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에게 몸을 낮출 뜻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공동정부 구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취재진에 "공동정부라는 것은 함께 훌륭한 사람을 찾아서 임무를 맡기는 것이지, 누구 사람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3차 인선 발표 뒤에도 "(내각 인선에서) 어느 특정 인사를 배제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안 위원장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불편한 기색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 패싱 등) 기자들의 얘기가 이해 안 간다"며 "(안 위원장으로부터) 인사 추천을 받았고, 인선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를 설명도 해 드렸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공동정부 구성은 대선후보 단일화 합의 조건이었다"며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안 위원장이 인선 갈등을 이유로 인수위를 떠난다면 득보다 실이 크다. 우선 공동정부 지분을 통째로 잃게 된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또 철수한 지도자"라는 오명이 진해지는 것도 부담이다. 윤 당선인 역시 안 위원장의 손을 놔버리면 두고두고 비판에 시달릴 수 있다.


尹 당선인 측 "양측, 새 정부 성공에 공감"

두 사람의 만찬 회동으로 파국은 피한 셈이 됐다. 만찬에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웃음이 가득했고 국민들 걱정 없이, 공동정부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손잡고 가자고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안 위원장 측 인사들이 장관 인선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정부와 공공부문 요직에 다수 배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위원장은 15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로 정상 출근해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장재진 기자
이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