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각국이 원자재 수급에 비상이 걸렸지만 원자재 부국인 호주와 중남미 국가엔 반대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공급 차질 우려로 원자잿값이 치솟으면서다.
14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호주 산업과학에너지자원부는 2021, 2022년 호주의 '자원 및 에너지 수출액'이 4,250억 호주달러(약 387조9,825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걸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망치(3,790억 호주달러)보다 12% 더 높여 잡았다.
주요 광산이 몰려 있는 호주는 글로벌 원자재 부국으로 꼽힌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뛰었는데, 호주가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석탄 수출액은 지난해 410억 호주달러에서 올해 1,100억 호주달러로 168%, LNG 수출액은 320억 호주달러에서 700억 호주달러로 118% 급등할 걸로 내다봤다. 러시아산 의존도가 절대적인 유럽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까지 대체 공급처로 호주를 꼽으면서다. 리튬, 니켈, 구리 등 주요 광물 수출액도 35% 뛸 걸로 예상했다.
최근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세계 주요국 주식시장은 약세장이지만, 주요 원자재 산지인 중남미 국가는 정반대다. 브라질은 철광석, 석탄 등 30종에 이르는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칠레는 최대 구리 생산국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3일 기준 주요 지역별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중남미 주식형펀드가 25.22%로 압도적 1위다. 유럽(-8.8%), 중국(-21%), 북미(-11%)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막히자 도리어 미국의 정유회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널뛰는 국제유가를 진정시키려고 자국의 원유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 해외 수요를 감당하느라 미국산 석유제품 수출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다만 비상사태로 빚어진 이런 비정상 상황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울 거란 분석이 나온다. 호주 정부 역시 원자재 수급에 차차 숨통이 트이고 탄소배출 감축 노력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면 석탄과 LNG 가격이 다시 하락해 내년 자국의 자원 및 에너지 수출액이 올해보다 13% 줄어들 걸로 내다봤다.
중남미 국가들은 최근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긴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인플레이션 우려가 상당하다. 페루와 칠레는 에너지와 곡물 순수입국이라 물가가 뛰면 곧바로 서민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는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페루에선 물가관리 실패로 최근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발생했는데 이는 2010년 경제난에서 비롯된 아랍의 봄과 유사하다"며 "글로벌 주요 금속 생산국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