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올해 6월 10일 조사기한 종료를 앞두고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실무 책임자인 박병우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장은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사흘 앞둔 이달 1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규명 작업이) 80%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4년 전 결론 없이 두 가지 가설(내인설, 외력설)을 내놓는 데 그쳤던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와 달리, 사참위는 침몰 이유를 단일안으로 명확히 밝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듭된 규명 시도에도 이견과 억측이 가라앉지 않았던 지난 8년간의 상황이 사참위가 내놓을 결론으로 수습될 수 있을까. "먼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 진실은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다"(3월 16일 기자회견)는 희생자 유가족의 호소는 과연 끝날 수 있을까.
박 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진상규명국은 다음 달 초 세월호 침몰 원인 조사보고서를 사참위 전원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선체에서 확보한 증거 분석,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다. 참사 당시 선체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네덜란드 마린사에 의뢰한 모형 실험 결과도 이달 중 받아 보고서에 포함한다.
진상규명국은 이미 내부적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박 국장은 "세월호의 횡경사값(기울어진 정도)과 복원성 수치가 있어서 실험 조건이 좁혀졌는데, (모형 실험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최종 실험 결과가 나오면 이를 분석하고 그간의 조사 내용과 대조해 검토하는 작업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 원인은 그간 세 차례의 검찰 수사와 재판, 선체 인양과 선조위 조사를 거치고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박 국장은 △참사 초반에 규명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점 △참사 당일 상황에 대한 조사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점을 혼선이 이어진 원인으로 꼽았다. 박 국장은 "여러 곳에서 침몰 원인을 조사했지만 정작 2014년 4월 16일 당일 시점에선 조사가 제대로 안 됐다"며 "선체 인양부터 서둘러서 피해자와 유족이 납득할 만한 조사가 진행됐다면 어느 정도 매듭을 지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참위는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 대응의 문제점도 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유가족을 사찰하고 언론 보도 통제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고, 이런 행위가 청와대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금은 해경이 출동 당시 배 안에 승객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구조에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참위는 특별법에 따라 오는 6월 10일까지 조사 활동을, 9월 10일까지는 전체 활동을 종료해야 한다. 조사 기한이 두 달도 채 안 남았지만 미진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박 국장은 참사 관련자 상당수가 현직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그는 "다른 과거사와 달리 세월호 참사는 이제 8년밖에 되지 않아서 책임자들이 현역에 있고 누구는 고위직으로 승진했다"며 "방어적 태도로 조사에 임하는 이들을 상대로 진상 규명을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박 국장은 활동 종료를 앞둔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은 당부로 대신했다. "세월호 참사를 과거사로 여기는 국민이 많은데 이건 엄연히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지금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제대로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