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남자' 한동훈, 법무장관으로 부활 "보스 정치 시동"

입력
2022.04.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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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승승장구하다 정권에 찍혀 한직으로 
尹 "적임자" 치켜세웠지만 "측근 중용" 평가
상식과 정의 강조했지만 "갈등 불가피" 전망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한동훈(49)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은 '윤석열의 남자'로 불릴 만큼 검찰 내에선 윤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거물급 인사들을 수사할 때 ‘가장 믿을 만하고 능력이 뛰어난 검사'로 인정받았다.

윤석열 "법무장관 적임자" 치켜세워

윤석열 당선인은 1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2차 내각 인선 기자회견을 통해 한동훈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했다. 윤 당선인은 “20여 년간 법무부와 검찰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걸쳤고, 수사와 재판, 검찰 제도, 법무행정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왔다”며 한 후보자를 치켜세웠다. 윤 당선인은 이어 “한 후보자는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업무 경험도 가지고 있다”며 “제가 주문한 것은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무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기준에 맞는 사법제도를 정비해나가는 것인데 한 후보자가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한 후보자는 2001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2003~2004년 대검찰청 중수부 연구관으로 처음 윤 당선인과 호흡을 맞췄다. 이후에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 부서를 거치며 대기업 총수나 정치인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특수검사로서 경력을 쌓았다. 이명박 정부에선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한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윤석열 지검장을 보좌했으며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 등 굵직한 인물들을 수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이 된 뒤에는 최연소 검사장으로 승진해 핵심 보직인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영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정권과 대립하면서 수족 역할을 하던 한 후보자도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그는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 한직으로 밀려난 뒤에도 검찰을 떠나지 않았고,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화려하게 부활했다.

파격 인사 아니라지만... 자기편 챙기기 비판도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 발탁과 관련해 "절대 파격 인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과 검찰에선 '깜짝 인사'라고 입을 모은다. 한 후보자가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7기수 후배라는 점만 봐도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한 후보자를 가리켜 '이 정권에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보스 기질'이 강한 윤 당선인의 특성상, 한 후보자가 요직을 차지할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한 후보자를 두고선 서울중앙지검장이나 고검장 자리가 주로 하마평에 올랐을 뿐, 법무부 장관은 전혀 입에 오르내리지 않았다.

한동훈 후보자 지명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윤 당선인과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검찰개혁'을 무리 없이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치권과 검찰 내부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민주당은 "전쟁을 선포한 것이냐"며 한 후보자에 대한 혹독한 인사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이날 "검찰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법과 상식에 따라 나쁜 놈들 잘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내 식구 챙기기'가 아니냐는 물음에는 "그분과 일할 때 연에 기대거나 서로 맹종하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