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13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되자 검사들은 놀라움을 넘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 후보자가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 철학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 "이해가 간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윤석열의 남자'가 전면에 나섬에 따라 법무부와 검찰이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쏟아졌다.
일선 검사들은 대체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검찰 간부는 "서울중앙지검장 혹은 법무부 검찰국장 정도로 생각했는데, 법무부 장관 직행을 누가 예상했겠느냐. 하마평에도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도 "윤 당선인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중용될 줄 알았지만 장관 발탁은 파격적"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이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됐을 때보다 더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경지검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한동훈 후보자는 역대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중 유일한 40대로 사법연수원 기수와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 조직 특성을 감안하면 더욱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강금실 전 장관이 46세에 임명됐지만 비검찰 출신이라 이번 인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검찰 내부에선 한 후보자가 검사 신분을 버리고 법무부 장관으로 가는 것을 두고 뜻밖이란 반응도 있었다. 정부조직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특정직 공무원인 검사는 정무직 공무원인 장관이나 차관으로 갈 경우 사직을 해야 한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연달아 한직으로 발령받고,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까지 받으면서도 검사직을 유지했는데, 이렇게 떠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저지하려고 검찰이 총력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일부 검사들은 예상치 못한 한 후보자 지명 소식에 당혹스러움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선 "자기 출세하려고 조직 전체를 위기와 혼란에 빠뜨렸다"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후보자 지명이 민주당을 더욱 자극해, 법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빌미만 제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말문이 막힌다"거나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한 후보자는 물론 검찰 조직 전체를 잔뜩 벼르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당장 지명을 철회하라고 반발하는 민주당을 보면 '검수완박' 강행 속도가 더 높아질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검사들은 "의미 있는 인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한 후보자가 검사로서 계속 중용된다면 오히려 윤 당선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한 후보자 능력이라면 법무행정도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