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의 화려한 외교부 복귀.’
13일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에 낙점된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여의도의 대표적 ‘미국통’으로 꼽힌다.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으면 외무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뒤 40여년 만에 수장으로 외교부 복귀를 하게 된다.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 과외교사로 활동한 그는 새 정부가 정책 방향을 ‘한미동맹 강화’로 정하는 데도 중추 역할을 했다. 그만큼 ‘실세 장관’으로서 발언 하나하나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외교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박 후보자 지명 이유로 제시했다. 그가 2008년 한미의원외교협회 단장 자격으로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단독 환담을 했던 경험도 높이 샀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제11회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외교부 생활은 약 1년(1977~1978년)으로 짧았다. 해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학업을 이어가며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1998년 김영삼 정부 청와대에서는 공보비서관과 정무기획비서관으로 일했는데, 유창한 영어 실력 덕분에 정상외교 현장에서 통역을 맡기도 했다.
정치에는 2001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공보특보로 발을 들였다. 4선(16ㆍ17ㆍ18ㆍ21대)을 지내며 거의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18대 국회에서는 통일외교통상위원장직을 수행했다. 하지만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내리 3선을 하다 18대 임기 중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벌금 80만 원의 확정판결을 받았고 19대 총선에 불출마했다.
8년의 공백기를 거쳐 2020년 21대 총선에서 원내 복귀한 박 후보자는 대선 기간 내내 선대본부 글로벌비전위원장으로 활약해 윤 당선인의 안보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다. 윤 당선인이 이달 3~11일 미 정가와 예비 상견례를 위해 파견한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을 이끄는 중책을 그에게 맡긴 것도 두 사람의 굳건한 신뢰를 반영한다.
박 후보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이날 인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그는 외교부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북한 도발,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교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라며 “엄중한 시기에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외교안보 문제에는 당리당략이 아닌 ‘오직 국익뿐’이라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