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증설해 전기차 생산에 나선다. 현지 생산과 함께 지원될 세금 혜택 등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 미국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12일(현지시간) 미 앨라배마 몽고메리 공장의 전기차 라인 증설에 3억 달러를 투자해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GV70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올 10월, 제네시스 GV70 전기차는 12월부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미국 내 친환경차 생산기지를 구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 행정부가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따라 세제 혜택을 받는 미국산 제품 인정 기준인 현지 조달 부품 비율을 기존 55%에서 2029년 75%로 상향조정하면서 현지 생산시설 구축의 필요성이 커졌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5월 전기차 현지 생산 및 설비 확충 등을 위해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이번 앨라배마 공장의 전동화 라인 증설로 미국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1분기 미국에서 전기차 1만5,724대, 하이브리드차 2만8,449대 등을 비롯해 총 4만4,339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3.6% 늘어난 규모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 생산을 결정한 GV70 전기차가 제네시스의 고급차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6만2,658대가 수출됐는데, 이 중 79.19%인 4만9,621대가 미국에서 판매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모델 중 GV70이 미국에서 인기가 가장 많다”며 “미국 생산 전기차 모델로 GV70을 택한 것도 이런 이유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향후 전기차의 해외 생산기지를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체코공장은 유럽 전략 차종, 아이오닉5 등의 생산을 검토 중이고 브라질과 인도 등에서도 전기차 전환 속도를 고려해 현지 생산 강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지난달 독일에 전기차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등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현지 생산을 빠르게 늘려나가는 중”이라며 “현대차도 전기차의 해외 생산기지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