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뜀박질 무섭네"... 가계대출 사상 첫 넉 달 연속 감소

입력
2022.04.13 15:00
3월 가계대출 전월보다 1조 원 줄어
6%대 금리 부담에 대출 수요 꺾여
은행, 금리 인하·한도 늘려 영업 강화

은행권 가계대출이 처음으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금리 상승세가 가파른 데다 정부의 대출 관련 규제가 이어지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꺾인 결과다. 실제로 일부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6%대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대출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금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은행권이 내준 가계대출 잔액은 1,059조 원으로 전월보다 1조 원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넉 달 연속 줄어든 건 2004년 관련 통계(속보치)가 작성된 이후 처음이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이 한 달 새 3조1,000억 원이나 줄면서 전체 가계대출 감소를 주도했다. 3월 기준 감소액으로 보면, 2004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전세자금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2조1,000억 원 늘면서 전월(+1조7,000억 원)보다 증가 규모가 소폭 확대됐다. 주택매매 거래가 꺾인 상황에서도 전세 및 집단 대출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된 영향이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3월 늘어난 주담대 2조1,000억 원 중 전세자금 대출은 1조2,000억 원을 차지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등 정부 및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가계대출 감소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대출상품 금리는 빠른 속도로 뛰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담대 평균금리 구간은 3.96~4.37%로, 1년 전(2.75~2.97%)과 비교해 1.21~1.4%포인트씩 올랐다. 일부 시중은행 중에는 13일 기준 주담대 최고금리가 6%대 중반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향후 기준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경우 대출금리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이에 은행들은 최근 대출 한도를 늘리거나 우대금리 혜택을 부활하는 등 지난해 본격적으로 걸어 잠갔던 빗장을 풀면서 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한은은 은행들의 대출 확대 노력이 가계대출 증가세로 이어질지 여부는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3월 들어 가산금리 인하를 비롯해 대출 한도 증액 등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실제 대출 증가로 이어질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향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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