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친러시아 성향 야당 당수 빅토르 메드베드추크를 체포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 시 세울 괴뢰 정권의 수장감으로 거론될 만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인물이다. 그의 신병을 두고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에 나포된 우크라이나 국민과의 ‘포로 교환’을 요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 개인 채널을 통해 “메드베드추크를 ‘특별 작전’을 통해 체포해 구금했다”고 밝히고 체포된 그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반 바카노우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 경찰들이 벼락 같은 다단계 특수 작전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체포 사진에는 우크라이나 군복을 착용한 메드베드추크가 수갑을 차고 헝클어진 머리에 초췌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 덕분에 특별작전이 잘 수행됐다”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고위급들은 메드베드추크를 잇따라 힐난했다. 바카노우 국장은 “우크라이나 군복 속에서 위장하고 있어도 처벌을 피할 것으로 생각했느냐. 전혀 아니다. 쇠고랑이 기다리고 있다. 다른 반역자들도 마찬가지다”라고 일침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메드베드추크는 거짓말을 계속하면서 전쟁의 주동자가 됐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친러 성향 야당 ‘생명을 위하여’ 당수이자 사업가인 메드베드추크는 레오니드 쿠치마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강경한 반유럽연합(EU) 주의자로 EU를 나치에 비유한 적도 있으며 2013년 ‘유로마이단’ 시위를 강경 진압한 전력도 있다. 또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에 찬성했으며 돈바스 지역의 친러 반군과의 평화협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행동 탓에 미국의 제재 명단에도 올라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메드베드추크가 러시아 침공 이전부터 반역 및 국가 자원 횡령 시도, 테러 조직 방조 혐의로 가택 연금 상태였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전쟁 발발 사흘 만인 2월 27일 도주해 그간 행방이 묘연했다. 미국 시사 주간 뉴스위크는 개전 첫날인 2월 24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장악하는 경우 메드베드추크가 우크라이나의 새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메드베드추크 딸의 대부를 맡기도 해 둘 사이의 친분은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측에 메드베드추크와 러시아에 의해 체포된 우크라이나 국민의 교환을 요구했다. 그가 우크라이나 내 친러 세력의 거두인 만큼 ‘거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 셈이다. 다만 러시아는 메드베드추크 체포에 대해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메드베드추크의 체포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외에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고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