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이달 중 처리하기로 결정한지 하루 만에 현직 부장검사가 처음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이복현(50) 부장검사는 13일 오전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사직 인사 글을 올리고 "20년 가까이 행복한 시절로 남았던 검사생활을 그만 둔다"고 밝혔다.
이 부장검사는 △론스타 사건(2006년)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2010년) △국정원 대선개입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2013년) △삼성 노조파괴 공작 문서 확보(2017년) 등을 수사한 경험을 언급하며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수사관의 노력이 없었다면 제대로 결실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버리면 당분간 금융, 증권시장 교란행위, 대기업의 시장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부장검사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하며, 검수완박이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된 이후 벌써 1년여간 시행해오면서 사건 처리가 급격히 지연되고 그 과정에서 증거가 산일(흩어져 없어짐)돼 실체 발견이 곤란해져서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경험한 것은 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수완박을 하면 이런 사건의 지연 처리와 실체 발견 불능 사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검수완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이 부장검사는 "대통령께서 검수완박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알려주셨으면 한다"라며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꾸어 놓을 만한 정책 시도에 대해 대통령제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검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검수완박에 대한 숙고를 요청했다. 그는 "새로이 취임할 대통령 당선인께서는 상대방 입장에서 볼 때 진정성이 느껴질만한 제도 개선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부장검사는 과거 윤 당선인과 함께 국정원 댓글 사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수사 등에 참여했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 횡령·뇌물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을 수사해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힌다. 최근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 국면에서는 검찰 수뇌부를 향해 '목을 넣는 거북이냐, 머리를 박는 타조냐'라는 등의 강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부장검사의 사의 표명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 부장검사의 사직글에 '재고를 부탁드린다'는 동료 검사들의 댓글이 잇따라 달리는가 하면 검찰총장도 아직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는데 섣부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아직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상태라 당장 줄사퇴 분위기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