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폐쇄성폐질환(COPDㆍ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을 앓고 있는데 몸무게가 적정 이하로 빠지면 병이 악화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혜윤ㆍ신선혜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연구팀과 김우진 강원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ㆍ권성옥 의생명연구소 박사 연구팀이 유광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건국대병원장)가 이끄는 한국 COPD 코호트(KOCOSS)를 분석해 이 같이 밝혔다.
COPD는 담배 연기ㆍ가스ㆍ감염 등으로 인해 기관지와 폐 실질(實質)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기도가 좁아지고 ‘빨대로 숨을 쉬는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병이다.
이를 방치하면 폐 기능이 떨어져 호흡하기 어려워져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다. 한번 나빠지기 시작하면 증상이 호전되지도 않는 무서운 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COPD의 40세 이상 유병률은 13.3%다. 특히 나이 들수록 늘어나 70대 이상 남성은 48.5%로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COPD를 인지하고 있는 환자는 2.8%에 불과해 증상이 악화한 뒤에야 대부분 병원을 찾는다.
COPD는 환자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가 싶다가도, 호흡곤란 등으로 갑자기 병이 악화되는 게 특징이다. 게다가 폐 질환 특성상 한 번 병세가 깊어지면 증상이 누그러지더라도 반복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증상도 전보다 더 심해져 진단 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연구팀은 2012~2016년 COPD 코호트에 등록된 환자 1,264명을 대상으로 만성기관지염 및 체질량지수(BMI)가 COPD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환자 평균 나이는 69.1세로 대다수가 남성 환자(1,150명ㆍ91%)였으며, 대부분 COPD 코호트 등록 당시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26%), 이전에 담배를 피웠던 환자(65%) 였다.
전체 COPD 환자의 약 3분의 1(451명ㆍ36%)은 만성기관지염 증상이 있었다. 만성기관지염은 기침ㆍ가래가 최근 2년간 적어도 석 달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한다.
연구팀은 COPD를 악화시키는 위험 인자인 만성기관지염 증상과 비만을 가르는 경계인 BMI 25㎏/㎡를 기준으로, 만성기관지염 동반 여부, 비만 여부에 따라 환자 유형을 4가지로 나눴다.
연구팀에 따르면 COPD 악화가 가장 빈번했던 환자는 BMI 25 미만이면서 만성기관지염을 동반한 환자였다.
해당 환자 353명 중 184명에서 1년 이내 급성 악화가 관찰됐다. 1,000인년으로 환산 시 763명꼴로 가장 많았다.
이어 만성기관지염은 없지만 BMI 25미만인 환자가 1,000인년 기준 572명으로 발병이 잦았다. 만성기관지염은 있지만 BMI 25 이상인 환자가 1,000인년 기준 526명으로 뒤따랐다. 만성기관지염도 없고, BMI 25 이상인 환자는 1,000인년 기준 402명으로 나머지 유형과 비교해 가장 낮았다.
COPD 악화의 상대적 발생 비율을 보면 만성기관지염이 없다면 BMI 25 이상인 환자보다 25 미만인 환자의 발생 비율이 21% 더 높았다. 만성기관지염 환자라면 BMI 25 미만일 때 발생 비율은 41%까지 껑충 뛰었다. COPD 환자 중 만성기관지염이 있다면 체중이 낮으면 병을 관리하는 데 불리하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BMI가 낮을수록 BMI가 높은 환자보다 △근육량이나 영양 상태가 불량했을 가능성이 높고 △COPD를 악화시키는 폐기종 정도가 더 심한 경향을 보이는 데다 △체중이 낮은 탓에 COPD 악화를 막기 위한 치료제 선택에 제한이 많은 것을 이유로 꼽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살을 찌우면 또 다른 질환을 동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호흡 재활 프로그램 등을 통해 꾸준히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된다.
박혜윤 교수는 “COPD도 다른 질환처럼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 병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며 “기관지염이 잦다면 살이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호흡기 연구(Respiratory Rearch)’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