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장 모르겠습니까"...떠나는 홍남기 작심발언

입력
2022.04.1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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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등 재정투자 일자리 비판에 반박
수차례 추경 편성 "불가피한 선택"
구조조정 1순위 '한국판 뉴딜'..."이어졌으면"


“경제 관료를 37년째 하는데 시장의 작동에 대해 모르겠습니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가진 외신기자간담회에서 “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이 성장을 주도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라며 “문재인 정부가 시장에 반하는 정책을 한 것처럼 평가되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부총리로 발탁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명 직후 “재정을 통한 성장은 지양돼야 한다”며 현 정부 정책이 '정부 주도 성장'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작심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홍 부총리는 특히 대표적인 재정투자 일자리로 지적을 받은 노인 일자리에 대해 적극 변호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사업을 진행했던 60만~70만 개의 노인 일자리 규모를 100만 개로 확대한 것”이라며 “급속한 고령화 여파를 감안한 것인데, 재정으로만 일자리를 만든다고 비판하니 속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연간 30조 원을 들여 재정투자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는데, 그중 80%는 실업자 재취업 훈련 예산 등이고 노인 일자리 예산은 3조 원 정도에 그친다”며 “그것도 제로에서 3조 원이 된 게 아니고 이전 정부에서 2조 원 됐던 걸 확대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급격한 국가채무 확대의 원인이 된 수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서도 홍 부총리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변했다. 그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에 대해 우려가 여전하지만, 선진국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재정을 투입했던 것처럼 우리도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 (국가채무 비율을) 관리해왔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채무가 적정 수준에서 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 측면도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정책으론 문재인 정부의 브랜드 정책인 ‘한국판 뉴딜’을 꼽았다. 한국판 뉴딜은 5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하는 윤석열 당선인이 재원 마련을 위해 예산 지출구조조정 1순위로 꼽은 사업이다.

홍 부총리는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과 그린, 휴먼, 지역균형뉴딜로 이뤄져 있는데 디지털과 그린, 휴먼뉴딜은 새 정부의 지향점과도 맞는다”며 “디지털 경제로 전환, 그린 산업 육성, 사회 안전망 강화가 필요한 만큼 다른 이름으로 바꾸더라도 사업의 골격은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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