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하위 변이 감염이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40대인 감염자는 외국에 가지 않았고 올 2월 3차 접종도 마쳤다. 비슷한 사례들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이 다시 걸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코로나19의 뒤끝이 강렬하다.
방역당국은 일상회복에 제동을 걸진 않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그래도 올 여름휴가 때 야외에서만큼은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해봄직하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하위 변이 XL 1건이 국내 확진자에게서 처음 확인돼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XL이 해외에서 들어왔는지 국내에서 발생했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해당 감염자는 감염 추정 시기에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는데, 그에게서 확인된 XL의 유전자 구성(염기서열)은 영국의 XL과 거의 유사하다. 영국에서 유입돼 역학적 연결고리를 따라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XL은 오미크론(BA.1)과 스텔스 오미크론(BA.2)의 유전자가 섞인(재조합) 것으로, 오미크론의 17가지 재조합 변이 중 하나다. 국내에 워낙 오미크론 감염자가 많은 데다 스텔스 오미크론 검출률이 85.2%(3~9일 기준)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감염자의 세포 안에서 둘의 유전자가 재조합돼 XL이 나타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조합 변이는 대부분 전파력은 오미크론보다 높지만, 중증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돼 있다. 우세화하기보다 자연 소멸되는 경우가 많아 경계는 하되,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게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국내 XL 감염자도 큰 문제없이 격리해제됐다고 당국은 전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3월 19일까지 확진자 924만3,907명을 조사한 결과 재감염 추정 사례는 2만6,239명(0.284%)에 달했다. 그중 두 번 감염된 사람은 2만6,202명, 세 번은 37명이다. 2회 감염자 가운데 오미크론 유행 이전 재감염 추정 사례 발생률은 0.098%였지만, 오미크론 유행 이후엔 0.296%로 약 3배 증가했다. 그래도 영국 10%(올 1~2월), 프랑스 3.1%(2021년 3월~2022년 2월 20일)와 비교하면 크게 낮다. 한국은 1회 감염자 수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올해 2월 이후 1회 감염자 규모가 상당히 커졌기 때문에 향후 재감염률은 프랑스와 같은 수준까지 증가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재감염의 누적 중증화율은 0.1%, 치명률은 0.06%로, 전체 확진자(3월 20일 기준 0.27%, 0.12%)의 절반 정도 수준이었다.
당국은 하위 변이도, 재감염도 일상회복 시도에 걸림돌이 되진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하위 변이 영향을 참고한 채 거리두기 같은 사회적 변화는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도 “실외에선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높지 않다”며 “재감염률을 고려해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18일부터 적용될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조정하기 위해 13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연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마스크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지만, 우선 순위는 생업시설과 자유권 규제 완화”라며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제한을 없애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7월엔 일상 의료체계로의 전환과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가 가능해질 거라는 예상도 내비쳤다.
3~9일 한주간 하루 평균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1만8,500명으로, 전주보다 28.6% 줄었다. 같은 기간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는 856명, 사망자는 2,163명으로 전주에 비해 각각 20.5%, 6.4% 감소했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나 재감염이 이 추세를 바꾸진 못할 거라는 게 당국의 예측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중론도 여전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위중증, 사망이 크게 줄어들 5월 초에 풀어도 늦지 않다”며 “특히 마스크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대 교수도 “거리두기 완화, 감염병 등급 조정, 마스크 의무 해제 등 여러 조치를 순차적으로 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