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입은 섬... 축제는 못 해도 꽃은 피었다

입력
2022.04.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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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별로 떠나는 신안 '꽃섬' 여행
선도 수선화·임자도 튤립·박지도 라벤더·도초도 수국

지도읍에 딸린 신안의 작은 섬, 선도가 노란 물결에 휩싸였다. 주민 150여 명에 식당도 가게도 없어 여행지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섬이지만, 수선화 공원을 조성하면서 2019년 방문객이 2만 명을 넘겼다. 항구에 내려 섬 서편 언덕으로 오르면 노란 수선화가 봄바람에 흔들린다. 주변 보리밭에는 초록이 넘실거리고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선도가 수선화의 섬으로 알려진 건 현복순 할머니 덕이다. 목포에서 나고 자란 할머니는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할아버지의 뜻을 따라 30년 전 선도로 들어왔다. 들판 한가운데의 땅을 사 집을 짓고 주변을 정원으로 꾸몄다. 꽃 가꾸기를 좋아해 육지에 나갈 때마다 구근을 구해 심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집 주변은 수선화로 화사하게 변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신안군은 2018년 선도리 일원에 수선화 꽃밭을 조성하고, 이듬해 4월 수선화 축제를 열었다. 코로나19로 3년째 축제는 열지 못하지만 올해는 조심스럽게 관광객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9.5ha의 들판에 13개 품종 43만 여 수선화가 활짝 핀 상태다.

노란색 물결은 꽃밭에서 마을로 번졌다. 배를 대는 선착장부터 마을의 지붕까지 온통 노란색이다. 개인 취향을 무시한 행정이라며 반발도 있었지만, 군에서는 “양파와 같은 수준으로 값을 쳐 주겠다”며 수선화 심기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했다. 축제 첫해부터 관광객이 몰려오자 시큰둥하던 주민들의 마음도 적극적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신안의 색깔 있는 섬 만들기는 이곳만이 아니다. 가장 북쪽에 있는 임자도는 2008년 튤립축제를 열었다. 섬 북측 바닷가에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고 34종 100만 송이의 튤립을 심었다. 산책로를 따라 수변정원과 토피어리 정원을 꾸미고, 야간 경관조명과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해마다 볼거리를 더해가고 있다. 튤립공원 앞에는 섬에서는 보기 드물게 해변 길이만 7㎞에 달하는 대광해수욕장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안좌도에 딸린 반월·박지도는 2017년부터 ‘퍼플섬’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전국적 명소가 됐다. 보랏빛 해상산책로로 섬을 연결하고, 라벤더를 비롯해 라일락, 박태기, 자목련, 수레국화 등 파랑에서 자주색 계열의 꽃과 나무를 심어 일 년 내내 보랏빛 향기가 감도는 섬으로 가꾸고 있다.

서쪽의 도초도에는 수국공원을 조성했다. 100여 종 24만 그루의 다양한 수국을 심고, 전통정원을 꾸며 놓았다. 도초항에서 수국공원까지 수로 주변에는 전국에서 구한 팽나무로 가로수길을 조성했다. 여름이면 팽나무 아래도 파랑에서 보라빛으로 이어지는 수국이 가득하다.


선도 인근 병풍도는 맨드라미 섬으로 변신하고 있다. 34개 품종 다양한 색상의 맨드라미를 심고 대표 색상인 진홍빛으로 마을을 단장하고 있다. 맨드라미는 가을꽃으로 10월 초 가장 아름다울 것으로 예상된다. 병풍도는 그보다 더 작은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등과 갯벌 위 노둣길로 연결돼 있다. 섬을 따라 예수의 12제자를 상징하는 12개의 작은 교회를 세워 놓았다. 바닷가의 그림 같은 교회를 따라 걷는 길은 이른바 ‘섬티아고 순례길’로 불린다.

신안= 최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