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 봐주기 논란'에 검사·판사·경찰 출신 의원들 모두 쓴소리

입력
2022.04.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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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 침범 교통사고 낸 부장검사 봐주기 의혹 
백혜련 의원 "수사심의위 열어 다시 판단해야" 
이탄희 의원 "검찰, 반성 없이 아집 부리는 것 같다"

안전지대 침범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위반 혐의를 받던 현직 부장검사가 불기소 처분된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검사·판사·경찰 출신 의원들도 한목소리로 검찰 처분을 비판했다.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한 상황에서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성 없는 처분을 내리며 불신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검찰 '불기소 원칙'이라고 하지만... 기소 사례 버젓이 존재

1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검찰청 소속 A부장검사가 몰던 렉스턴 차량은 지난해 7월 8일 오후 6시 40분쯤 올림픽대로 4차로에서 5차로로 진입하기 위해 차로 사이에 있는 백색 안전지대를 가로질렀고, 이 과정에서 5차로를 주행 중이던 피해자의 볼보 차량과 충돌했다.

경찰은 피해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당사자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한 뒤, 같은 해 8월 9일 A부장검사를 교특법 위반(치상) 혐의로 송치했다. 경찰은 사건 원인이 ‘안전지대 침범’에 있다고 보고, 교특법이 규정한 12대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 판단을 뒤집고 A부장검사를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A부장검사와 피해 차량이 안전지대 바깥에서 충돌했기 때문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안전지대 침범 행위가 있었더라도, 충돌 지점이 안전지대 밖이면 사고 원인을 안전지대 침범으로 볼 수 없어 불기소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 설명과 달리, 유사한 사고였는데도 안전지대 침범에 의한 교특법 위반(치상)으로 기소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봐주기 의혹이 제기됐다.


검사·판사 출신 민주당 의원들 "검찰 논리 동의 어려워"

검사·판사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 처분에 의문을 표했다. 검사 출신 백혜련 의원은 “이 사건의 사고 원인은 ‘안전지대 침범’으로 보인다”며 “안전지대 침범이 사고 원인이냐 아니냐로 중과실 여부를 따져야지, 검찰 논리대로 사고 지점이 안전지대 밖에 있었는지를 근거로 기소·불기소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도 검찰 논리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의원은 “'사고 지점이 안전지대 바깥에 있기 때문에 안전지대 침범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다'는 검찰 논리는 말도 안 된다”며 “안전지대 설치 목적을 아주 좁게 해석한 셈인데, 안전지대는 백색 빗금지대 안을 보호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차선 변경 시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려고 간격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제 식구를 감싸려고 신뢰 하락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수사검사와 수사대상에 따라 처분 결과가 달라지면 검찰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백혜련 의원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수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외부법조인 중심으로 기소·불기소 여부를 다시 판단받아 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탄희 의원도 “현 상황은 (기소 통일성이 없다는 것에 대한) 반성 없이 검찰이 아집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 다르면 어떻게 하나"

검찰은 논란이 커지자 일부 검찰청에 '안전지대 침범 행위와 관련, 충돌 지점이 안전지대 밖이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불기소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방침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런 방침으로 인해 오히려 수사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경찰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교특법상 '안전지대 침범'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으로 교통조사계의 주요 수사 대상”이라며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해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다면 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안전지대 침범 행위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원칙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검찰이 일괄 불기소 원칙을 세운다면, 국민 편의와 수사 경제성을 위해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조소진 기자
이정원 기자
김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