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요 도시에서 지난 주말 러시아계 주민 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겉으로는 러시아계 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 중단을 요구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가 숨은 의도로 해석된다.
10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크푸르트 시민 약 600명이 독일 거주 러시아인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틀째 시위를 벌인 이들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행진했다.
독일의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벌어졌다. 북부 하노버에서는 이날 러시아계 주민 차별 반대 시위에 약 600명이 집결했고, 차량 약 400대도 시위에 동원됐다. 전날 남부 슈투트가르트, 북부 뤼벡 등지에서도 러시아계 주민 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슈투트가르트에서는 약 190여 대, 뤼벡에서는 약 60여 대의 차량이 각각 참여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를 나타내는 상징물을 사용했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일련의 친(親) 러시아 시위에 독일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DPA통신은 지적했다. 단순히 러시아계 주민 차별에 항의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DW도 “많은 이들이 해당 시위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크렘린궁에 대한 지지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지지 표명을 금지한 독일 형법을 우회하려는 의도란 얘기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대와의 충돌도 우려된다. 하노버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 위해 모인 시위대 3,500명이 지난 주말 도심에 집결해 경찰이 친러 시위대와의 충돌을 막기 위한 울타리를 설치했다.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국기와 '전쟁 중단(NO WAR)’이 쓰인 깃발을 흔들며 행진했다. 반대편의 친러 시위대 참가자 일부는 “돈바스는 러시아 땅”이란 구호를 외쳐 체포되기도 했다.
독일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기준 독일 내 러시아인 거주자는 약 23만5,000명에 이른다. 2월 24일 개전 직후 독일 거주 우크라이나인은 12만5,000여 명이었으나 현재는 30만여 명으로 증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추산했다. 독일 경찰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러시아 범죄는 383건, 반우크라이나 범죄는 181건 각각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