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찾는 관광객 등에게 환경오염 처리비용의 일부를 부과하는 ‘환경보전기여금’을 도입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 심사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정부 부처가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최근 제주도 내 공항 및 항만 등의 시설을 이용해 입도하는 자에게 환경보전기여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및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개정안 주요 내용을 보면 제주도지사는 자연환경의 체계적인 보전 및 관리와 생태계 서비스 증진을 위해 제주도에 있는 공항과 항만을 통해 입도하는 사람에게 1만 원 범위에서 도조례로 정하는 환경보전기여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입도세 부과 대상에서 제주도민, 제주도의 외국인 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사람, 제주도에 사무소를 둔 행정기관, 교육기관,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또는 법인, 단체의 임직원은 제외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실과 환경부·기획재정부는 해당 법률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 전문위원실은 “입도인이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 간의 '실체적인 명백한 관련성'이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비상주 인구로 인한 환경오염이 가중되는 현상은 제주뿐만 아니라 관광객이 많은 다른 지자체들도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제주도에만 환경보전 목적의 부담금을 신설하는 것이 지역 간 형평성에 부합한 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환경부는 또 제주도에 환경부담금이 신설될 경우 타 시·도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동일한 방식의 부담금 신설을 추진할 우려가 있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제주도에 입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입도인에게 자연환경 보전·관리의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보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또 1인당 1만 원 기여금 부과 방식은 부과 대상자가 포괄적이고 산정 방식도 구체성이 적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부담금 신설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제주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환경보전기염금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부과 방식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도는 관광객 등 입도인에게 공항·항만 이용료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제주도가 검토하고 있는 숙박객 및 렌트카 대여자 등 환경오염 원인제공자에 한정해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환경보전기여금을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제주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논의는 2013년부터 시작됐지만, 그동안 제주여행 비용 부담 증가에 따른 제주지역 관광업계의 반발과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국회 심의 과정 역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