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 싹 바꿀 겁니다. 무능도 이런 무능이 없어요.”
육·해·공 3군 본부가 위치한 군사도시, 특별한 사건사고 없이 조용하기만 하던 충남 계룡시. 호수처럼 잔잔하던 계룡시의 민심이 이번엔 단단히 성났다. 이 곳에 오기로 했던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가 계획 발표 6년 만에 진출을 철회하자, 그 파문이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지역 부동산 시장이나 6월 지방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케아가 계룡시에서 발을 뺀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열흘이 흐른 8일, 계룡시 대실지구를 찾았다. '이케아 예정지구'가 위치한 이 곳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위기였다.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대부분 문을 닫아놓고 있었고, 더러 문을 연 중개소도 있었지만 관계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한 공인중개사는 “이케아 하나 믿고 사무소를 열었는데, 매수는 물론 매도 문의가 싹 끊겼다”며 “소액의 월세, 전세라도 열심히 중개해야 사무실이 유지될 판”이라고 말했다.
이케아 철수 여파는 대실지구를 넘어 인구 4만 계룡시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원·문화·국방 도시를 목표로 2003년 시로 승격된 이후 이렇다 할 도약의 기회를 잡지 못했던 계룡시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케아 유치'야말로 지역 개발을 위한 큰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실제 6년 전 이케아가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실지구 개발은 탄력을 받았다. 이를 통해 시 승격 이후 20년간 따라다니던 ‘대전 위성도시’ 꼬리표도 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작년 말 “계룡은 충남의 새로운 미래”라며 “대실 도시개발을 통해 인구 7만의 자족도시 건설 기초를 마련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케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시장 상황 변화 등을 이유로 진출 계획을 철회하자,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지역 부동산 시장부터 급속도로 식었다. 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실망 급매물이 나오면서 시세가 떨어지긴 했다”면서도 “그 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입지가 좋은 만큼 이케아 예정지에 새 주인이 곧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이케아가 잔뜩 부풀려 놓았던 기대가 거품으로 변해 버린 지금, 지역에선 글로벌 기업이 지역민들의 뒷통수를 쳤다는 분노가 적지 않다. 계룡시가 대실지구에 도로를 넓혀주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각종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해 줬음에도, 이케아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누군가는 이 일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계룡시 금암동의 한 주민은 “계약을 파기한 쪽에서 계약금을 도로 가져가도록 하는 계약이었다”며 “이케아에 유리하게 어이없는 계약을 체결하고, 시민을 농락한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룡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한 예비후보도 “이번 이케아 사건은 무능한 지역정치가 시민을 농락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지역사회가 이번엔 투표로 민심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