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와 대면 회담한다.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유럽연합(EU) 소속 정상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네하머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게시한 글에서 “내일(11일)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11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네하머 총리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고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네하머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직접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양 정상은 이전에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타스통신은 덧붙였다.
네하머 총리의 방러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으로 EU 회원국 정상과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러시아가 이번 전쟁의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의사도 분명히 밝힌 인물이다. 네하머 총리는 “러시아가 침략 전쟁을 멈춰야 한다”며 “우리는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대한 완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하머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여러 서방 지도자들과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방러 계획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물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미리 알렸다”고 밝혔다. 앞서 9일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비록 가능성이 작다 하더라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네하머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의견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 역시 러시아의 입장을 네하머 총리를 통해 서방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개전 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몇 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을 제외하곤 외교적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 만났지만 이외 서방 지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에게도 네하머 총리와의 회담이 필요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