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국회 화상연설 날 이광재 "우크라 고려인, 한국 모셔와야"

입력
2022.04.11 14:00
우크라이나 대통령 오늘 국회 화상연설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폴란드 난민촌 방문
"우크라 탈출 고려인 국내 정착 준비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화상 연설에 나서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고려인 난민에 관한 처우 방안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인근 폴란드, 독일 등에 머물며 한국행을 희망하는 고려인은 약 1,000명. 정치권은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난민에 인도적 지원을 펼치는 마당에 이 중 고려인만이라도 한반도에 정착하도록 지원하자고 제안에 나섰다.

이날 폴란드 난민촌에서 고려인들을 만나고 돌아온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빨리 전세 비행기를 보내서 한국으로 모시고 와야 한다. 이분들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선 폴란드 난민촌의 상황을 "난민 신청하시는 분들이 등록증을 받으면 바로 통장을 개설해주고, 사회보장제도를 바로 실시해 한 달에 15만 원 정도 어린아이한테 제공한다. 상당히 체계적인 시스템"이라면서도 "(운영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탈출 직후 난민촌에 머무는 기간은 대략 일주일. 이 의원은 "이후 연고를 찾아 떠나고, 폴란드 민가가 100만 명 정도 난민을 수용한다"고 소개했다.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고려인은 폴란드에 2,500명, 독일에 2,500명이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의원은 "이 중 한국행을 희망하는 분을 독일, 폴란드 합치면 1,000명 정도"라며 "현재 우크라이나 내에 한 5,000명 정도의 고려인이 아직도 계신다"고 전했다.


"전쟁 통에 난민 서류 준비 요구... 말 안 돼"

문제는 고려인 중 ①강제이주에서 비롯된 무국적자가 많고 ②국적이 있다고 해도, 전쟁 중에 난민 관련 서류를 발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법무부 현장 파견을 검토했는데, 차라리 1,000명 정도를 비행기로 모시고 한국에 와서 서류를 만드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피란 나오신 분들한테 서류 가져오라는 건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광주에 가면 고려인 마을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의원은 "(한국행 희망 고려인) 1,000명 중에 500명 정도는 전쟁 끝나면 돌아갈 걸로 예상한다"면서 "남은 500명에 대해 조국이 보호해주면 좋지 않겠냐고 눈물로 호소하는데 정말 할 말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고려인 입국에 필요한) 비행기표 값을 비정부기구(NGO)로부터 기부받는 건 우리 국력에 비해 너무 비참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답을 들었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폴란드 난민촌) 가기 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정부와 청와대에 요청을 드렸다"면서 "검토해본다고 했는데 오늘 보고서를 내 좀 더 정확하게, 공식적으로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늘 오후 5시부터 약 15분 동안 국회에서 화상 연설을 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이 의원이 우크라이나 측에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러시아 침공 이후 미국·일본·독일·이스라엘·호주 의회 등 총 23차례 화상 연설에 나섰다. 앞선 화상 연설에서 군용 티셔츠 차림으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을 호소했다. 화상 연설은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된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