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공감 없는 검찰개혁 결과 윤석열 당선"... 민주당 내 쓴소리

입력
2022.04.11 12:00
"효율적 수사시스템 구축이 목적 돼야"

"추진 초기 많은 지지를 받았던 우리의 검찰개혁은 점점 국민들의 공감을 잃어 갔고 어느새 '윤석열 검찰총장 쫓아내기'를 검찰개혁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 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 달 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검찰 수사권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완전히 박탈하자는 더불어민주당 내 '검수완박' 움직임에 대해 "국민의 동의와 대안 제시가 먼저"라는 쓴소리가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국민 공감대 없는 무리한 검찰개혁 추진이 오히려 정권교체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다.

변호사 출신의 이소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11일 비대위원회회의에서 "우리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명분과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국민이 동의하고 공감하는 모습일 때만 개혁이 실제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고 제도가 안착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검수완박 추진에 앞서 국민적 공감대와 대안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 비대위원은 "우리는 수년간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논의했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진 초기 많은 지지를 받았던 검찰개혁이 점점 공감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 쫓아내기=검찰개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진보 진영 전체가 한 검사 개인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윤 총장의 대통령 선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방향과 과정, 태도가 올바르지 않았던 개혁 추진이 참담하고 뼈아픈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권 박탈이 아닌 효율적 합리적 수사시스템 구축이 목적 돼야"

이 비대위원은 대안 없는 검수완박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냈다. 그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어떤 기관으로부터 권한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국가 수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며 "6대 범죄 수사권을 검찰로부터 제외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입장과 대안 제시가 필요한 과제로 △중대범죄 수사는 어디서 담당할지 △경찰의 권한 집중과 부작용은 어떻게 막을지 △수사기관의 중립성과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할지 등을 꼽았다.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법안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에 서둘러 검수완박 입법부터 한 뒤 대안을 마련하자는 견해에 대한 견제로 풀이된다.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등 역풍 맞아"

이 비대위원은 "대안 없는 정책 추진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고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아 결국 개혁의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당선인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독립예산 편성과 수사권 확대 추진 움직임이 개혁 실패에 따른 역풍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인권변호사 김예원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권의 검수완박 공방과 관련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는 형사 사법체계를 검·경의 파워게임으로 둔갑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글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비대위원은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다른 초선의원들과 함께 조국 사태와 내로남불 등을 공개 사과했다가 강성 친문재인계 지지층으로부터 '초선 5적'으로 지목돼 문자폭탄을 받기도 했다.

이성택 기자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