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국방장관에 이종섭(62)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낙점됐다. 3성 출신이 국방 수장에 지명된 건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윤광웅(해군 중장) 장관 이후 18년 만이다.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으로 일해 후보군에는 있었으나 최근 뚜렷한 활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깜짝 발탁’으로 분류된다.
윤 당선인은 10일 이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로 “군사 작전과 국방정책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한미 안보 동맹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내각 인선의 기준(능력)과 윤 당선인의 공약(한미동맹 강화)에 모두 부합한다는 것이다.
1960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육군사관학교 40기로 임관한 이 후보자는 육군 2사단장, 합참 신연합방위추진단장 등을 지낸 뒤 2018년 중장으로 예편했다. 서욱 현 장관보다 육사 한 기수 선배다. 그는 윤 당선인의 발탁 배경처럼 현역 시절 한미동맹에 깊이 관여했다. 소령 때 미국 테네시주립대에서 한미동맹을 주제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방부 정책실에서도 대미 정책 및 한미안보협의회(SCM) 실무를 담당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추진단장도 맡는 등 미국통에 가깝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군 안팎에서는 이런 이력을 떠나 장관 자리는 정무 감각이 필수인 만큼 이 후보자 지명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그는 지난달 15일 인수위에 합류하기 전까지 국방장관 하마평에 전혀 오른 적이 없다.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에서 행보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전역 후 학회와 각종 단체에서 활발하게 경력을 이어가는 다른 예비역 장성들과 달리 외부 활동 역시 거의 없었다.
장관으로서 장점은 야전 지휘보다 많은 참모 경험과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이 꼽힌다. 군 내부에서도 덕장(德將) 평가를 받는다. 육사 두 기수 선배이자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유력한 김용현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이 그를 국방장관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방정책 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 “군심을 한 방향으로 모으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작전통보다 한미 정책통에 가깝다’는 세평에는 “한미관계 분야에서 주로 업무를 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북한 대응 전략 가운데 우리의 자체 능력도 매우 중요하고, 한편으로 대미관계에서 억제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