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첫 내각, '능력'만 봤다지만… '통합·균형' 안 보였다

입력
2022.04.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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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 8개 부처 장관 직접 발표
능력 및 인연 중시한 윤석열 스타일 반영
여성·지역 다양성 실종... 국회 검증 험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하는 등 8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국방부 장관에는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는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호영 전 경북대 병원장을 지명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에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는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장을 각각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이번 주 중 2차 내각 인선을 발표해 새 정부 초대 내각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 정국으로 본격 돌입한다.

윤 당선인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를 직접 발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이날 지명된 부총리·장관 후보자 8명도 함께 등장했다. 지난 3일 한 후보자를 지명한 지 1주일 만으로 내각 구성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1차 인선에서 추 후보자 등은 하마평에 꾸준히 오르내리던 인사들이지만, 정호영(보건복지부)·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이종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예상과 달리 '깜짝 발탁'된 인사들이다. 아울러 그간 행정안전부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거론돼 온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도 예상을 뛰어넘는 지명으로 꼽힌다.

"해당 분야 가장 잘 이끌 인사"... '능력' 강조

윤 당선인은 인선 기준에 대해 "국가와 전체 국민을 위해 해당 분야를 가장 잘 맡아 이끌어주실 분인가를 기준으로 두고 선정해 검증했다"고 밝혔다. 인위적인 할당이나 안배보다는 '능력'과 '전문성'에 방점을 찍은 인선이라는 설명이다.

윤 당선인은 기획재정부 1차관 출신으로 현역 의원(재선)인 추 부총리 후보자에 대해선 "공직에서의 전문성과 의정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닦고 의회와 소통도 원만히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야전지휘관과 국방부, 합참에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군사작전과 국방정책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받아온 분"이라고 소개했다. 정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대구 코로나19 창궐 당시 코로나 생활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중증 환자와 일반 중증 응급환자의 진료가 공백 없이 이뤄지도록 운영체계 틀을 잡은 분"이라고 소개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부처 폐지'가 예고된 가운데 지명된 김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인구 대책과 가족 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뤄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고, 부동산 정책을 총괄할 원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수요가 있는 곳에 충분히 주택을 공급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균형 발전의 핵심인 지역의 공정한 접근성과 광역 교통 체계를 설계해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쓴 사람 또 쓰는' 인연 중시한 인사 스타일

1차 내각 인선에서는 함께 일했던 사람을 중용하는 윤석열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8명의 후보자 중 '경선 캠프→선거대책위원회→선대본부→인수위원회' 과정에서 윤 당선인과 함께했던 인사들이 6명이다. 나머지 2명도 윤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던 인사들이다.

현재 인수위에서 직함을 갖고 있는 인사가 4명(추경호·이종섭·이창양·원희룡)이고, 박보균 문체부 장관 후보자와 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각각 당선인 특별고문과 정책특보로 활동하고 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캠프나 인수위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윤 당선인이 출마 선언 직전 반도체 분야와 관련해 조언을 구했던 인사다.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지역신문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과 '40년 지기'임을 밝히며 "(초임 검사 시절) 공무원 봉급을 받아 가면서도 주변에는 아낌없이 베풀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밝혔다.

국정동력 관련 부처 정치인으로... '다양성 실종' 비판도

국회 검증 과정도 감안한 인사로 보인다. 검증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질 경우 국정동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 있는 부처에는 정치인 출신을 적극 기용하면서다. 추가경정예산 처리 등 경제 정책 전반을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재선 의원인 추 후보자를 일찌감치 낙점한 게 대표적 사례다. 추 후보자는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하는 동안 민주당과 원내 협상을 벌였고, 민주당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국토부 장관에 관련 분야 경력이 부족한 원 후보자를 기용한 것도 부동산 정책을 총괄해야 하는 수장만큼은 부동산 문제 등에서 잡음이 없어야 한다는 윤 당선인의 의중이 담겼다. 폐지 여부를 두고 민주당의 강한 견제가 예상되는 여가부에 의원 출신인 김 후보자를 내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출신지역·성·연령에서 다양성이 크게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국회 검증 과정에서 난항도 예상된다. 이날 발표된 8명 중 5명이 영남 출신인데 반해 호남은 한 명도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북 전주 출신인 점을 감안해도 지역 편중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성도 1명(김현숙)에 불과하다.

능력과 전문성 등을 최우선 순위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게 인수위 측 설명이지만, 역대 정부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안배를 해 온 것과 크게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이와 관련해 "지명해야 할 공직이 많고 대한민국 인재가 어느 한쪽에 쏠려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지역, 세대, 남녀라든가 균형이 잡힐 것이라 믿는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장관 후보자에 자필 추천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인선 발표 이후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국무위원 후보자 추천서'를 공개했다. 한 후보자가 자필로 8개 부처 장관 후보 이름을 적은 뒤 자필 서명을 한 문건이다. 인수위 측은 "한 총리 지명자가 실질적인 장관 지명에 추천권을 행사하는 데서부터 책임총리제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당선인과 총리 후보자의 의지를 문서로 남긴 것"이라며 "역대 인수위에서 장관 후보자를 지명할 때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15일 전까지 외교·법무 등 인선 마무리

윤 당선인은 이번 주 남은 부처에 대한 인선을 발표하면서 내각 인선을 마무리한다. 윤 당선인 취임일(5월 10일)과 청문회 일정을 고려하면 오는 15일 전까지 새 정부의 초대 내각 전체에 대한 발표가 이뤄져야 한다.

외교·안보라인 중 외교부 장관에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하고, 통일부 장관은 비정치인 출신을 찾고 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는 정철영 서울대 교수 등이 물망이 올랐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