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만 달러에 팔린 마을

입력
2022.04.12 04:30
26면
4.12 경매에 나온 마을

2010년 3월 미국 경매사이트 '이베이(ebay)'에 '마을'이 상품으로 등장했다. 워싱턴주 오카노건 카운티의 와우콘다(Wauconda)였다. 비록 쇠락했지만, 당장 문을 열 수 있는 주유소와 식당, 잡화점, 방 4개짜리 집이 포함된 약 450만 평(14.85㎢) 면적의 '미인가 마을(unincorporated community)'. 미인가 마을이란 인근 법정 자치단체에 소속은 돼 있지만 너무 외지거나 주민이 거의 없어 지자체 관리를 받지 않고 대신 주민도 토지 개발 등 재산권 행사 때 행정적 인허가 절차로부터 자유로운 마을이다.

1898년 광산 개발로 형성된 와우콘다는 한때 주민 수가 1,000명에 이르렀다가 쇠락했고, 어쩌다 마을 소유권이 개인에게 넘어가 당시 주인은 2007년 마을을 18만 달러에 매입한 만 42세 독신 여성 다프네 플레처(Daphne Fletcher)였다.

그는 피서철에는 직원을 고용해 여행자 등을 대상으로 주유소와 식당을 운영, 연 30만 달러가량의 매출에 4만~5만 달러의 순이익을 내왔다고 홍보했다. 앞서 그는 2008년 112만5,000달러에 마을을 매물로 내놨다가 실패, 이번 경매에선 최소 응찰액을 35만9,000달러로 고지했다. 응찰기간 한 달 사이 112건이 접수됐고, 장난으로 참여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새 주인은 36만 달러로 응찰한 워싱턴주 보셀(Bothell) 주민 매디(Maddie, 당시 48)와 닐 러브(Neal Love, 당시 50) 부부였다. 아내 매디는 무역박람회 코디네이터였고, 남편 닐은 통신업계에서 일하다 실직한 상황이었다. 여행 중 와우콘다에 들렀다가 마을 분위기에 반했다는 부부는 4월 12일 계약서에 서명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플레처는 레저용 차를 구입해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한껏 들떠서 말했다.
하지만 2015년 6월, 새 주인 닐이 노스다코타에서 새 직장을 구해 부부가 이사를 떠나면서 마을은 현재 비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