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연상호 신작 내지만...'빛 좋은 개살구' 티빙

입력
2022.04.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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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업손실 약 762억 원... 전년 대비 12배 증가
국내 OTT 출혈 경쟁... 구독료 인상 부메랑 우려
돈  내고 가입한 OTT 평균 2.69개 '구독 피로' 증가

가수 이효리와 연상호 감독을 앞세워 올해 활발한 신작 공개에 나선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이 지난해 약 762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공룡' OTT와 맞서기 위해 국내 OTT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정작 그 부메랑이 이용료 인상으로 사용자에게 돌아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감사보고서를 보면, 티빙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762억 원으로, 2020년 61억 원에서 무려 12배 급증했다. 적자폭은 국내 OTT 시장 1, 2위를 다투고 있는 웨이브보다 크다. 웨이브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558억 원으로, 2020년 169억 원에서 3배 증가했다. OTT사들이 생존 경쟁으로 유료가입자 확보를 위한 콘텐츠 투자를 크게 늘렸지만, 정작 투자 대비 수익은 악화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티빙은 올해 '괴이' 등 신작 10여 편을, 웨이브는 '약한 영웅' 등 30여 편의 신작을 선보인다. 이렇게 대대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가 고스란히 신규 구독자 증가 등 추후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불투명한 게 문제다. 애플TV+는 '파친코'로 세를 넓히고 있고, HBO맥스는 올 하반기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콘텐츠진흥원의 '2021 디지털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TT 이용자들이 돈을 내고 구독하는 플랫폼 수는 평균 2.69개다.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새 OTT들이 잇따라 문을 연 데 따른 사용자들의 'OTT 구독 피로'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시장 포화 상태에서 국내 OTT들이 '쩐의 전쟁'을 벌이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티빙은 올해 '내과 박원장'을 비롯해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과 '돼지의 왕'을 야심차게 내놨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레드 오션이 된 OTT 시장에 국내 OTT사들이 생존을 위해 잇따라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결국 구독료가 올라가는 게 아니냐는 불안도 가입자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투자 대비 성장 정체를 겪는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월 구독료를 스탠더드 기준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결국 올렸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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