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사무총장 "러 인접국에 군대 상시 배치, 규모 확대 검토"

입력
2022.04.10 17:43
향후 러시아 침공 대비 병력 증강
"우크라 무기 사용은 방어 목적"
공격용 무기 지원 당위성 주장
나토 '전략 개념'에 '중국 위협'도 새로 담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동부 회원국에 병력을 증강, 영구 주둔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9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나토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에 따른 "장기적인 결과를 반영할 매우 근본적인 변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혁신책으로는 러시아와 인접한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등에 대규모 병력을 상시 주둔시키는 방법이 거론됐다. 이전까지 나토는 동부에 1,000~4,000명 수준의 적은 병력을 배치하는 데 그쳤다. 공격이 발생하면 동맹국들이 자동 개입하는 ‘인계철선(폭발물에 연결돼 건드리면 폭발하게 하는 가는 철선·tripwire)’ 역할을 하는 것은 같지만, 3만 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주한미군 규모와 비교하면 극히 적은 병력만 배치해 둔 셈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이뤄져 동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안보가 위협받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러시아 공격을 사전에 저지하기에 충분한 병력을 갖춰 놓겠다는 구상이다.

나토의 방위력 강화는 지난달 24일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예고됐다. 회원국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장기적인 억지력 및 방어 유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범위의 준비 전력과 능력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는 침공 발발 수개월 전의 10배가 넘는 병력 4만여 명을 이미 동부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도 지난 5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미군이 영구 주둔하기보다 나토 회원국 영토에 조성된 여러 기지를 순환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며 "유럽의 많은 동맹국, 특히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이나 폴란드, 루마니아 등이 영구기지 건설 의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한 바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확대도 촉구했다. 사무총장은 이날 키이우를 방문해 1억 파운드(약 1,600억 원) 규모의 장갑차와 대함 미사일 제공을 약속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언급하며 다른 국가들도 영국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다양한 무기 이용은 잔혹 행위와 군사 침략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용도"라며 공격용 무기 지원의 당위성도 강조했다.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을 우려한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제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온 점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중국이 러시아와 점점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중국의 위협을 나토의 ‘전략 개념’에 처음으로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적국으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나토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어 대비하겠다는 의미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