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을 표적으로 한 미사일 공격이 러시아군의 소행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주장처럼 집속탄이 사용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판정을 내릴 수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군이 침공 초기에 비해 가용 전력이 85% 이하로 떨어졌다고도 예측했다.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은 8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폭격에 대해 “우리는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그들(러시아군)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며 “그들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SS-21(토치카-U)을 사용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러시아는 처음에 성공적인 공습이라고 주장했다가 민간인 사상자 보도가 나오자 주장을 그냥 철회했다는 점을 주목하겠다”며 전적으로 러시아 공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 정권의 자작극이라는 견해를 밝혔지만 이를 완전히 부정한 셈이다.
국방부는 다만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에 집속탄이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철도를 겨냥한 미사일 타격을 아직 분석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집속탄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답변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이 목표물이 된 이유는 해당 장소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철도 중심지이자 지리적 전략지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동부 전선 요충지인 이지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이지움에서 남하해 돈바스로 가는 게 목표라면 이지움의 남쪽이자 돈바스 서쪽에 있는 크라마토르스크가 눈에 들어왔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우크라이나군 병력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기차역 같은 교통의 요지를 치는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방부 당국자는 또 러시아군이 공격활동 대부분을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 배치됐던 대대전술단(BTG)이 30개였지만 최근 40개 이상으로 증각됐다는 이야기다. 또 기계화 보병 3개 연대와 기갑 연대로 구성 제18 차량화보병사단이 크라마토르스크 인근에 배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북부에 있던 병력은 벨라루스와 러시아 서부 집결지를 통과해 재보급 중인 것으로 판단되며 또 러시아가 5월 신규 징집 일정이 잡혀있고 이미 예비군 동원을 시작해 6만명 이상의 병력을 모집하려는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군의 가용 전력과 관련, 침공이 시작됐을 때의 85% 이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