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왔다 간 러시아 전용기... 목적은?

입력
2022.04.09 09:53
추방 외교관 수송 목적 가능성 높아


러시아 고위급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특수비행단 소속 전용기가 독일을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항공기 추적 전문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R24)에 따르면 8일(UTCㆍ협정표준시) 오전 1시 49분쯤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을 출발한 일류신(IL)-96-300 여객기가 독일 베를린 브란덴브루크 공항에 오전 4시 56분쯤 착륙했다. 이 비행기는 이날 오전 9시 2분쯤 베를린을 출발해 낮 12시 2분 모스크바로 귀환했다고 FR24는 밝혔다.

독일이 인도적 목적을 제외한 모든 러시아 항공편을 대상으로 영공 폐쇄를 내린 상태에서 러시아 전용기가 베를린에 착륙한 이유에 시선이 집중된다. 또 이번 비행에 쓰인 항공기 편명이 RSD088로 지난달 5일 러시아를 출발해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거쳐 다시 모스크바로 귀환했던 항공편의 편명과 같았다는 점도 의문을 더한다. 또 이번 비행에 쓰인 기체가 지난 2월 4일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모스크바를 떠나 베이징에 도착했던 점도 관심거리다. 고위층이 탑승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번 비행은 추방된 러시아 외교관 귀환 목적일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독일은 4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부차 마을 민간인 학살 의혹에 대한 대응으로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 40명을 추방하기로 했다며 이들이 5일 내로 독일을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 외무부는 이에 앞서, 세르게이 네타예프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하기도 했다. 지난달 5일 미국을 오간 동일 편명 비행 당시 러시아 당국은 미국에서 추방되는 외교관을 수송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어 이러한 추측에 힘을 더한다.

한편 독일은 러시아 항공기에 대해서 영공 통과를 불허한 상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4일째였던 지난 2월 27일 독일 교통부는 향후 3개월간 러시아 항공기 및 항공사의 독일 영공 진입을 봉쇄한다고 밝혔다. 다만 인도적 지원을 위한 항공편 운항은 봉쇄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교통부는 밝힌 바 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