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갈 때 스마트폰 들고 가지 마세요…자칫 치질로 고통

입력
2022.04.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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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스마트폰이나 독서 등으로 좌식 변기에 장시간 앉아 있는 사람이 많다. 이는 자칫 혈액이 항문으로 심하게 쏠리게 해 치핵(痔核)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치핵의 40%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혈변이 있거나 혈전이 동반되면 통증이 있을 수 있고 항문 주변이 가렵거나 변이 속옷에 묻기도 한다. 출혈은 대부분 통증이 없고 주로 배변 활동과 동반돼 나타나는데 대변 끝에 붉은 피가 묻어 나오는 형태가 흔하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앉은 자세에서는 누웠을 때보다 정맥압이 3배 정도 높아진다”며 “앉은 자세를 오랫동안 취하면 치핵에 걸리기 쉽다”고 했다.

치질은 치핵ㆍ치열ㆍ치루 등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치질이라고 부르는 증상은 대부분 치핵이다. 치핵은 50세가 넘으면 50% 정도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

치핵은 혈관 덩어리로 항문 안쪽에 있는 조직을 나타낸다. 항문이 늘어날 때와 변이 지나갈 때 완충 역할을 해 ‘쿠션’이라고도 불린다. 혈액순환이 좋지 않으면 혈관이 부푼 상태가 오래 지속돼 치핵이 항문 안이나 밖으로 튀어나온다. 항문 안쪽에 톱니 모양의 ‘치상선’을 기준으로 안쪽에 생기면 ‘내치핵’, 바깥쪽에 생기면 ‘외치핵’이라 부른다.

치핵은 정도에 따라 1~4도로 구분한다. 1, 2도는 배변 습관 교정, 약물 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3, 4도는 이미 치핵 조직이 늘어났기 때문에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치핵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유전적 원인과 잘못된 배변 습관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는 습관, 변비·음주·설사 등도 치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성은 임신ㆍ출산으로 골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치핵이 생기거나 악화할 때가 많다.

치핵 진단은 직장 수지(手指) 검사로 대부분 가능하다. 직장 수지 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환자는 항문경 검사를 시행한다. 빈혈이 심하거나 40대 이상에서는 종양 또는 다른 장 질환과 구별하기 위해 내시경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치핵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이나 좌욕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은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출혈이 반복되거나, 가려움증이 해결되지 않거나,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피부 늘어짐으로 인해 불편하거나 제거를 원할 때 시행된다.

보통 돌출된 치핵 조직을 수술로 절제하는 방법, 원형자동문합기로 상부 항문관 점막이나 점막하층 절제 또는 고정을 통해 돌출된 치핵 조직을 항문관 안으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방법, 치핵 동맥을 묶어 치핵을 치료하는 방법 등을 시행한다.

치핵을 예방하려면 하루 20~30g의 섬유질과 1.5~2리터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맵거나 짠 음식은 피하고 금주를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차가운 장소나 딱딱한 의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장시간 앉아 있지 말고 주기적으로 일어나서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을 삼가고 배변 후에는 비데나 샤워기로 씻고 말려야 한다. 시간을 정해놓고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서 편안한 자세로 5~10분간 쉬는 것도 효과적이다.

배변 시 스마트폰 사용이나 독서 등은 금한다. 또 변비나 설사를 일으키는 약물은 되도록 피하고, 치핵 등 치질 증상이 발생하면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한다.

간혹 치질이 오래되면 대장암 등 항문암으로 악화한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다만 치루는 항문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김문진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치질과 항문암이 공통으로 보이는 가장 흔한 증상은 항문 출혈인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대장 내시경검사나 검진을 통해 치질 악화를 막고 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