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8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 입법 추진에 집단 반발했다. 검찰총장이 반대 뜻을 밝히자 전국 고검장들도 일제히 "공감대 없는 성급한 추진은 심각히 우려된다"며 총장을 중심으로 적극 대처키로 뜻을 모았으며, 일선 검찰청도 곳곳에서 회의를 열면서 정치권을 향한 강경 목소리를 쏟아냈다. 검찰의 조직적인 반대 목소리는 그간 주시하던 '검수완박' 법안의 4월 국회 통과 의지에 대한 민주당 기류를 간파한 뒤 봇물 터지듯 나왔다.
검찰의 움직임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보임 문제를 계기로 빨라졌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전날 법사위에 합류하면서 법안 강행 처리 수순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견이 있는 법안을 심사할 때 열리는 안건조정위원회의 경우, 그동안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3명씩 참여했는데, 양향자 의원 합류로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의결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 찬성)를 채운 민주당 뜻대로 안건 통과가 가능해진 셈이다.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이 이날 김오수 총장 승인을 받아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도 사·보임을 '검수완박' 강행 처리의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권 과장은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탄소중립법, 사립학교법, 언론중재법 등 비슷한 형태의 사·보임으로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됐다"며 "개국 이래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무력)화하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만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친정 출신인 윤석열 전 총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에도 172석 거대 정당인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 움직임을 조직의 명운이 걸린 문제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권 과장의 글에는 "공론화도 없이 의도를 갖고 밀어붙이는 데 참담함을 느낀다"며 일선 검사들이 120여 개(오후 5시 기준)의 공감 댓글을 남겼다.
검사들이 집단 반발하는 이유는 수사권 박탈을 검찰 기능을 심각히 훼손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대검은 이날 입장문에서도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수사) 못하게 하는 것은 중대범죄 대응 역량 약화와 지난해 시행돼 여러 문제점이 확인되는 수사권 조정 안착이 시급한 상황에서 극심한 혼란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김오수 총장은 이날 오후 5시 전국 고검장 6명과 박성진 대검 차장,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이 참석한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열고 3시간 가량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고검장들은 이 자리에서 "형사사법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법안이 국민적 공감대와 의견 수렴 없이 정치적 차원에서 성급히 추진되는 점에 심각히 우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강경 목소리 위주의 집단 반발 움직임이 '검찰 공화국' 이미지를 강화하고 조직 이기주의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국회의 입법권 행사 움직임에 정면으로 맞서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양새가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전국 고검장 회의에도 "검찰개혁 논의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겸허히 돌아보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익집단처럼 집단행동하는 검찰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을 위한 검찰로 환골탈태할 때까지 검찰개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검찰은 당분간 여론전에 집중하면서 국회 동향을 주시할 계획이다.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검찰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검은 상황을 명민하게 점검해 일선과 필요한 상황과 문제 의식을 공유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