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동해안 산불 경계령... 왜 유독 봄만 되면 이럴까

입력
2022.04.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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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지나온 고온·건조 강한 바람
동해안 산불 위험 높이는 '양간지풍'
이번 주말 또 영향권... 낮 기온도 치솟아
기후변화에... 산불 건수, 피해 면적 증가

주말까지 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크게 치솟는 가운데 건조한 날이 이어지면서 동해안에 또 한번 대형 산불 경계령이 내려졌다. 동해안은 최근 울진 산불 외에도 2000년 강릉, 2017년 삼척, 2019년 고성 등 유독 봄철에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했다. 주요 원인은 '양간지풍'이다. 이번 주말에도 동해안은 전형적인 양간지풍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부터 10일까지 강원·영동 지역에 양간지풍이 형성되며 순간풍속 초속 25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8~10일 이 지역에 대형 산불 위험주의보를 발령했다.


남고북저 기압으로 생긴 서풍이 압축·가속돼

기상청에 따르면 2011년 이후 피해 면적이 100ha 이상인 전국 대형 산불 17건 중 16건이 3~5월에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강원도가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동해안에서 유독 봄철에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은 기상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봄철 우리나라 남쪽에는 고기압이, 북쪽에는 저기압이 형성된다. 저기압은 바람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반면, 고기압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 서풍을 유발한다. 이 서풍이 태백산맥을 타고 넘어갈 때 산 정상 부근에 따뜻한 공기층이 들어와 있다면 산맥과 따뜻한 공기층 사이에서 서풍이 압축, 가속된다. 산을 넘는 동안 온도가 올라가고 건조해진 데다 속도까지 붙은 이 바람이 바로 양간지풍이다. 양간지풍은 산 경사면을 따라 영동 지방으로 불어 내려가며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 지난달 울진 산불의 경우 산불 기간 내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14m를 기록했다. 특히 강한 서풍뿐만 아니라 해륙풍까지 영향을 미쳐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뀐 탓에 진화가 더욱 어려웠다. 앞서 역대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강릉 산불 때는 산불 기간 내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24.5에 달했다. 이번 주말에는 낮 기온이 치솟는 와중에 양간지풍까지 가세해 산불 발생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울진 산불 3개월 전부터 비 거의 오지 않아

건조한 바람 탓에 봄철 동해안은 '실효습도'도 매우 낮다. 화재 예방을 목적으로 산출하는 실효습도는 목재의 건조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울진 산불은 발생 7일 전부터 발생일까지 8일간 평균 실효습도가 31.8%였다. 35% 이하부터 건조주의보가 발령되는데, 그보다도 한참 낮았던 것이다. 강릉(43%)이나 삼척(41%), 고성(44%) 산불 때보다도 매우 낮다.

산불 발생 전 누적 강수량도 여느 때보다 적었다. 울진 산불 발생 전 3개월간 비가 오지 않는 날이 82일에 달했다. 당시 3개월 누적 강수량은 24.5㎜로, 평년 대비 20.2%에 불과했다. 산불 발생 한 달 전부터 1개월간은 28일이나 비가 오지 않았다. 해당 기간 누적 강수량은 4.2㎜로, 평년 대비 10.2%에 그쳤다.

"2100년 산불 발생 지금보다 50% 늘어난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기후위기 영향으로 갈수록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올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높은 기온은 가뭄과 장기간 산불 가능성을 높이고, 그렇게 발생한 산불에서 방출된 탄소가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서 산불이 2030년에는 지금의 14%, 2050년 30%, 2100년 50% 더 늘어날 것으로 UNEP는 전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산불 건수와 피해 면적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