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신병 훈련을 받고 있는 A씨는 입영 12일차인 지난 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가 다른 확진자 100여 명과 함께 격리된 곳은 평소 사용하지 않던 훈련소 생활관이었다. 난방도 되지 않는 방마다 환자가 13명씩 수용됐고, 지정된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샤워실은 온수가 끊기기 일쑤였다. 군의관이 유선 진료로 약을 처방해주긴 했지만, 당장 상비약인 타이레놀이 부족해 증상이 심한 사람에게만 지급됐다. 천식을 앓은 적이 있는 A씨에겐 견디기 힘든 환경이었다.
격리 4일차인 8일 이곳 훈련병들은 다른 격리 장소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불편한 몸으로 소지품을 짊어지고 30분을 걸어 도착한 곳은 훈련소 입영심사대로 먼젓번보다도 열악한 시설이었다. 훈련소 측은 나중에 확진돼 전염력이 강한 훈련병들을 우선 관리하기 위해 생활관을 비워준 거라고 설명했다. A씨는 "기저 질환이 있으니 영외 생활치료센터로 보내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고 군대에 온 건데 몸이 아플 때 치료도 못 받으니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육군훈련소 내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확진된 훈련병들이 열악한 격리 시설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과 정부의 재택치료 원칙과 맞물려 생활치료센터 입소가 어려워지자 훈련소가 급히 자체 격리에 나서는 과정에서 파행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육군훈련소는 그간 훈련병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 외부 생활치료센터로 보내 치료받게 하다가 최근엔 확진자 대부분을 내부 유휴 시설에 격리하고 있다. 하지만 격리 장소로 부적합한 시설이 적지 않고 환자 관리에도 허점이 많아 원성을 사고 있다.
군은 방역 상황이 급변해 훈련소 내 격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요즘 생활치료센터의 환자 수용 인원이 크게 줄어들어 위중한 훈련병만 센터로 이송하고 있고 나머지 확진 훈련병은 부대별 격리자 생활관에 격리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최근 확진 장병의 생활치료센터 이송 여부를 판단하는 내부 지침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병 집단감염도 속출하고 있다. 논산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육군훈련소 내 확진자 수는 1일 92명, 2일 123명, 3일 39명, 4일 48명, 5일 140명, 6일 68명, 7일 190명으로 하루에 적어도 수십 명, 많을 땐 200명에 육박한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통계만 놓고 보면 이날 전국 생활치료센터 가동률은 18.4%로 1만6,086명이 추가로 입소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사뭇 다르다. 충남도청 감염병관리과 관계자는 "도내 생활치료센터 5곳 가운데 2곳이 최근 잠정 폐쇄돼 최대 수용 가능 인원이 70명에 불과하다"며 "설령 병상이 남는다고 해도 환자를 관리할 의료 인력이 감축돼 환자를 더 받을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군이 가급적 많은 확진자를 자체 격리하고 있다지만, 충남 지역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의 9할가량은 군인이라는 게 도청 설명이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민간의 재택치료 원칙에 준해 군도 각급 부대 시설을 활용한 확진자 격리 공간을 확충하고 있으며 격리 환경 개선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차제에 감염병에 취약한 육군훈련소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육군훈련소는 평상형 생활관을 사용해 감염병이 쉽게 전파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며 "당장은 민간에 격리 시설을 확보해 훈련병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