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15일 이른바 '태양절'(김일성 생일) 등을 계기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북한 변수 관리에 뚜렷한 해법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양측이 북핵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는 중국의 반대에 막혔고, 대북제재 완화 논의는 원론적 수준에 그친 상황이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6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을 통해 전날 워싱턴에서 진행된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의 회동에서 "매우 길고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엔 안보리에서 새 안보리 (대북) 결의를 채택하는 작업을 포함해 많은 문제를 다뤘다"면서도 "불행하게도 중국·러시아와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년여 만에 ICBM 시험 발사를 감행한 북한을 압박할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를 도출하기 위한 중국의 협조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이 태양절(4월 15일) 110주년을 기해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추측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북한의 도발은) 또 다른 미사일 발사가 될 수도 있고, 핵실험이 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이런 메시지가 평양에 전달되고, 그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북미 대화의 재개는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도 밝혔다.
미중 대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킬 유인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김 특별대표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지지하며 제재 완화를 포함한 북한의 모든 우려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협상 복귀를 전제로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도 의제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나, 이미 지난해부터 미국이 수차례 언급해온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미중 사이에서 뚜렷한 대북 압박 무드도, 그렇다고 획기적인 수준의 유인책도 만들어지지 못한 셈이다.
미 국무부는 원칙적인 대북 대응을 재확인했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 "(북한의 군사 도발이) 더 있으리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책을 물은 데 대해 그는 "무력 도발에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어떤 공격에도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갖췄다는 점을 보여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은 지난 4일 박진 국민의힘 의원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한미 정책협의대표단과의 만남도 거론하며 "(이번 만남은) 우리가 일부 강력한 조치를 취하리라는 점을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력한 조치'가 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전략 폭격기 등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역시 북한의 대형 군사 도발에 대한 사후 대응책이지, 예방 조치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의 한 북핵 문제 전문가는 "미국과 중국 모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외교력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며 "북핵 문제와 관련해 당장 새로운 해법이나 제안을 던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