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에서 드러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서방이 러시아를 추가 제재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불충분하다”며 더욱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인 석유 수출 규제가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은 탓이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새벽 화상 연설에서 “서방이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 합의에 주저하면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부 정치인은 자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석유 무역을 통해 러시아로 가는 달러와 유로를 제한하는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서방은 예고했던 대로 대(對)러시아 경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은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 스베르방크와 최대 민간은행 알파뱅크를 국제금융시스템에서 차단하고, 대러 신규 투자를 금지했다. 푸틴 대통령의 두 딸도 제재 목록에 올렸다. 유럽연합(EU)은 연간 40억 유로(약 5조3,000억 원)에 달하는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 방안을 제안하며 처음으로 러시아 에너지 분야를 직접 겨냥했다. 하지만 러시아 의존도가 큰 천연가스는 물론 석유도 제재 대상에선 빠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제재안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 고통스러운 제재가 가해지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무기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이를 새로운 유혈 공격이 허가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돈바스 지역에서 새로운 피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는 권한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러시아 침략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제재를 가했듯, 서방이 더 강한 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며 “국제금융시스템에서 러시아 은행을 완전 퇴출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싸울 것이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거듭 결의를 다졌다. 그는 “러시아군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고자 준비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진지하게 평화를 추구할 때까지 우리는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