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서울 명동에 한국의 대표 애플스토어 격인 플래그 숍을 9일 개장한다. 기존 서울 가로수길, 여의도점에 이어 3번째로 문을 여는 애플스토어지만 사실상 한국에서 애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프리미엄 숍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애플이 추구하는 것은 고객들이 체험을 통해 브랜드에 빠져들게 만드는 '브랜디드 익스피어리언스'(Branded Experiences) 전략이다. 개장에 앞서 애플 스토어 명동점을 7일 미리 둘러봤다.
애플 스토어 명동점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건너편에 위치한 센터포인트 건물 1, 2층을 통째로 사용한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커다란 전면 유리에 대형 애플 로고가 붙어 있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애플은 이 곳에서 모든 제품을 전시, 판매하며 애플TV+, 애플 뮤직 등 서비스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8개국 출신의 220명 직원들이 11개 언어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아시아에서 최초로 인터넷으로 구입한 애플 제품을 매장에서 받을 수 있는 픽업 서비스도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매일 2층에서 이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인 '투데이 세션' 행사를 진행한다. 애플 기기를 이용한 그림 그리기, 개발자들을 위한 강연 등이 이 곳에서 열린다.
9일에도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신곡 '달링'을 공개하는 영상 행사가 이 곳에서 투데이 세션으로 열린다. 이 행사에는 사전 예약한 일반인들이 참여해 '달링'을 다양하게 편곡해 볼 수 있다.
1년여 동안 미국 애플 본사에서 모든 실내 디자인과 외관 작업을 진행한 명동점은 애플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한국적 디자인으로 차별화 했다. 애플 본사의 디자인팀은 뉴욕, 런던, 도쿄의 애플 스토어 플래그숍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커다란 전면 통유리, 유리 계단과 함께 2층 벽면을 한국적 문양으로 장식하고 모임을 진행하는 방에 한지로 만든 전등을 달았다. 또 1층 외부에 국내 화가 이재효 화백과 빠키가 제작한 조형물을 배치했다.
애플은 명동점을 한국의 대표적 애플 스토어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애플 관계자는 "명동점은 한국 애플 스토어를 대표하는 플래그숍"이라며 "한국 상권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명동에 개설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는 'e의 시대'로 꼽히는 브랜디드 익스피어리언스 전략과 맞닿아 있다. 브랜디드 익스피어리언스 전략은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상표)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해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요즘 20, 30세대들은 아무리 알려진 상표라도 체험하지 않으면 구매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체험하며 익숙하도록 만드는 것이 요즘 마케팅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세계적 기업들이 체험형 매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체험형 복합공간 '현대모터스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시몬스침대는 경기 이천에 카페 등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를 개설했다. 두 곳은 젊은이들 사이에 제품 체험과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명소로 부상했다.
마찬가지로 애플도 명동점에서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벌인다. 즉 체험 기회를 확대해 애플의 충성 고객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애플 관계자는 "매일 명동점에서 예술가들 및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투데이 세션을 열어 영상 제작, 코딩 강의 등 애플 기기와 콘텐츠를 경험하는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애플 제품 및 콘텐츠 등 애플 생태계 전체를 체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