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31)씨의 옛 남자 친구들이 인천과 태국 파타야에서 숨진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파타야에서 익사한 이씨 전 남친의 친형이 '타살 가능성'을 언급했다.
2014년 7월 파타야 인근 산호섬에서 스노클링을 하다가 숨진 이모씨의 친형 A씨는 지난 6일 계곡 살인 사건 관련 인터넷 카페에 '파타야 산호섬 스노클링 사고 당사자의 친형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게 어려웠다"며 "특별한 목격자나 객관적 증거도 없었기 때문에 타살 가능성 여부를 조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병원의 사망진단과 부검 등은 비의도적 사고, 익사라고 밖에 결과가 나오지 않아 사고 당시 같이 있었던 이은해 설명만으로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며 "제 동생과 관련된 사망보험금은 저희 아버지께서 수령했고, 이은해가 별도 수령한 것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없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그러나 A씨는 "온라인상의 동생 사고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을 접하면서 이상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은해를 통해 들었던 사고 당시 내용들과 비교했을 때 실제 상황과 다르거나 저한테 얘기하지 않았던 내용들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명 무엇인가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 동생도 타살됐을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고, 타살이라면 보험금 목적이 아닌 다른 동기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지만 추측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경찰은 이은해씨 전 남친의 부검 기록을 확보해 타살 가능성을 수사할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지에선 단순 사고사로 처리됐다.
경찰은 이은해씨의 또다른 전 남친이 2010년 인천 남구(현 미추홀구) 석바위사거리 일대에서 교통사고로 의문사한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이씨도 당시 차량에 함께 타고 있었는데, 혼자 살아남아 교통사고 보험금을 수령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과 경찰은 4개월 행방이 묘연한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씨를 붙잡기 위해 합동팀을 구성해 뒤쫓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이씨와 조씨의 이름과 나이, 사진 등을 언론에 제공하고 공개 수배했다. 검찰은 또다른 공범인 이들의 지인 이모(30)씨도 수사 중이다.
이은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 13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다음날 2차 조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다. 현재까지 두 사람이 해외로 출국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지명수배했다. 다만 또다른 지인 이씨는 사기 등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어 신병이 확보된 상태다.
이은해씨 등은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쯤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남편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 원을 받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범행은 2017년 8월 가입한 보험 계약 만료(2019년 7월 1일)를 4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이씨는 2019년 11월 남편의 생명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회사가 사기 범행을 의심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앞서 경기 용인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했으나 지인에게 발각돼 미수에 그쳤다.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숨지게 하려 했지만 치사량에 미치지 못해 실패하기도 했다.
윤씨 사망사건을 수사한 경기 가평경찰서는 2019년 10월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지만, 한달 뒤 일산서부서가 피해자 유족 지인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재수사에 착수했다.
일산서부서는 2020년 12월 살인 등 혐의로 이씨 등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송치했다. 고양지청은 피의자들 주거지 관할인 인천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2월부터 현장검증 3회, 관련자 30명 조사, 피의자 주거지 압수수색, 전자정보·계좌 추적, 통화 내역 확보, 감정 등 전면 재수사를 벌여 이씨와 조씨의 살인미수 범행 2건에 대해 추가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