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GM의 행보는 무척 인상적이다. 과거 브랜드 내부적으로 ‘대한민국 시장에 적합한 차량’으로 판단한 차량들의 활약이 기대를 충족시키기 못하는 것과 달리 최근 데뷔한 ‘미국스러운 차량’들이 연이은 호평과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거대한 SUV, 타호(Tahoe)가 데뷔하며 다시 한 번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GM의 최신 기술과 노하우를 집약한 타호는 과거의 ‘타호’보다 더욱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대한민국 시장에 등장한 타호 다크 나이트 에디션은 어떤 매력과 가치를 선사할까?
대담한 스케일로 이목을 끄는 존재
한국GM은 그 동안 쉐보레 차량들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패턴에 맞춰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타호를 ‘상위 사양’이라 할 수 있는 하이 컨트리 사양으로 채웠고, 스페셜 에디션으로 ‘다크 나이트 에디션’을 마련했다.
5,350mm에 이르는 긴 전장과 2,060mm의 전폭, 그리고 어지간한 성인 남성보다도 큰 1,925mm의 전고를 갖춘 타호는 말 그대로 대담한 스케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참고로 이러한 수치는 같은 GM 계열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동등한 수준이다.
디자인에서도 대담하게 다듬어진 프론트 그릴과 입체적인 실루엣이 돋보이는 헤드라이트 및 DRL, 그리고 듬직하게 다듬어진 바디킷의 조합으로 만족감을 더한다. 더불어 이전의 타호보다 한층 세련된 감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측면에서는 길쭉한 전장과 직선의 이미지를 엿볼 수 있다. 곳곳에 크롬 가니시를 더하고, 22인치 휠, 전동 사이드 스텝 등을 더해 디테일을 높인다. 후면 역시 이러한 감성을 고스란히 더해 ‘플래그십 SUV’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참고로 시승 차량은 다크 나이트 에디션으로 검은색 보타이와 레터링, 엠블럼 조명 등이 더해져 한국GM이 수입 차량을 통해 제시하는 ‘블랙 보타이’ 라인업을 완성한다.
넉넉함이 돋보이는 공간
타호 하이 컨트리와 타호 다크 나이트 에디션은 모두 넉넉한 체격을 갖고 있는 만큼 실내 공간 역시 여유롭다.
도어를 열면 넉넉함과 큼직한 스케일이 돋보이는 대시보드 및 여러 디자인 요소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어 ‘플래그십 SUV’의 감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물론 지금까지의 쉐보레 차량들과 같이 소재나 연출이 그리 고급스러운 건 아니지만 ‘만족감’은 상당하다.
특히 큼직하게 다듬어진 4-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과 주행 관련 각종 기능 등을 보다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각종 버튼 및 다이얼 등을 한 켠에 배치해 보다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디지털 클러스터와 새로운 그래픽 테마를 부여 받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만족스럽다. 보다 우수한 시인성을 보장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는 작동 속도 및 반응성 역시 개선되어 만족감을 더한다.
그리고 캐딜락 등에 적용된 신형의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보스 사운드 시스템 등 다채로운 요소들이 공간 가치를 더욱 높인다. 이외에도 보스 사운드 시스템 역시 플러스 요인이다.
거대한 체격을 갖고 있는 만큼 공간 구성 역시 우수하다. 2+2+3 구조의 시트 구성을 통해 1열부터 3열까지 모든 좌석에 평균 이상의 체격을 가진 남성이 앉을 수 있는 여유를 보장한다. 에스컬레이드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만족감이 우수하다.
여기에 각 좌석 주변에는 넉넉한 공간의 수납 공간을 마련해 차량의 매력을 높일 뿐 아니라 다채로운 USB 충전 포트, 컵홀더 등을 마련해 사용성 역시 높였다. 더불어 시트의 위치, 폴딩 등의 조작도 수월하다.
더불어 적재 공간 역시 만족스럽다. 3열 시트를 모두 사용하더라도 어지간한 중형 SUV 수준의 적재 공간을 보장하며 상황에 따라 3열 시트와 2열 시트를 접을 수 있다. 모든 시트를 접었을 때에는 무려 3,480L에 이르는 공간을 누릴 수 있어 오토캠핑, 아웃도어 활동, 레저 활동 등 다채로운 상황에 능숙히 대응한다.
위치를 가리지 않는 V8 엔진의 매력
국내에 출시된 타호는 하나의 파워트레인 구성을 갖췄다.
최고 출력 426마력과 63.6kg.m의 토크를 자랑하는 V8 6.2L 에코텍3 가솔린 직분사 엔진(LT1) 엔진이 거대한 보닛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버튼식 구성을 가진 10단 자동 변속기, 다양한 주행 모드를 지원하는 4WD 시스템을 마련해 견고함을 자랑한다.
이를 통해 타호는 강력한 운동 성능과 매력적인 사운드를 선사할 뿐 아니라 어떤 지형에서도 탁월한 생존력을 보장한다. 다만 주행 효율에 있어서는 복합 기준 6.4km/L의 연비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GM의 노하우, 타호의 가치
차량을 충분히 살펴본 후 타호 다크 나이트 에디션와의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참고로 타호 다크 나이트 에디션은 하이 컨트리와는 외형적인 차이가 있을 뿐, 주행 부분에서는 다름이 없다.
더불어 제원 및 구성에서 알 수 있듯 에스컬레이드와도 기본적인 차이가 없다. 시동과 함께 터져나오는 V8 엔진의 사운드에 에스컬레이드에서 맛보았던 ‘패권자의 주행’과 같은 매력을 타호에서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타호 다크 나이트 에디션에 자리한 V8 엔진은 이미 가성비 부분 최고의 스포츠카라 할 수 있는 카마로 SS와 캐딜락의 플래그십 SUV, 에스컬레이드 등에서 그 매력을 느낀 엔진이다. 그렇기에 이번의 주행에서도 만족감이 터져 나왔다.
발진 가속부터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주행 등 어떤 상황에서도 매끄럽게 회전하며, 능숙하게 출력을 발산하는 매력이 무척 인상적이다. RPM이 오를수록 더해지는 출력의 매력은 물론이고 실내 공간에 멋스럽게 퍼지는 사운드 역시 인상적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경쟁차량들이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만큼 자연흡기 V8 엔진의 매력은 더욱 돋보였고, DFM을 비롯해 최신의 기술 및 제어가 더해져 더욱 만족스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엔진에 합을 이루는 10단 자동 변속기 역시 검증된 부분이다. 변속 속도는 물론이고 변속 상황에서 강력한 출력을 능숙하게 제어해 주행 전반의 만족감을 높인다. 한층 세련되고, 매끄러운 변속기 덕분에 거대한 체격의 SUV가 보다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었다.
더불어 패들시프트를 통해 적극적인 주행은 물론 ‘매력적인 V8 사운드’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버튼식 기어 패널은 적응하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타호 다크 나이트 에디션의 핵심은 바로 ‘최신의 차량’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으로 주행 가치가 상당하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어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낯설지만, 과거의 타호를 떠올려 보면 언제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보다 반세대, 혹은 한세대 이전의 기술과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렇기에 차량의 신뢰도 및 여유와 별개로 전체적이 완성도, 주행 품질이 다소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신의 타호는 당대의 에스컬레이드, 그리고 GMC 유콘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기술 역시 동등한 수준으로 부여 받아 대대적인 개선을 이뤄냈다. 실제 전반적인 주행 질감에 있어 에스컬레이드와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4세대 에스컬레이드가 주행 중간중간 ‘견고한 차체’를 과도하게 드러낸 것을 이번 5세대에서 지워낸 것처럼 타호 다크 나이트 에디션 역시 마치 모노코크 섀시를 기반으로 한 중량급 SUV 같은 세련된 주행 질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현존하는 최고의 서스펜션 시스템인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역시 적용되어 어떤 상황에서도 능숙하고 우수한 주행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시승을 하며 스키장 슬로프를 기반으로 한 오프로드 코스를 달릴 수 있었는데 만족감 그 자체였다.
타호 다크 나이트 에디션은 오르막 구간은 물론 내리막 구간에서 2.7톤의 거대한 체격을 능숙하게 조율하며 GM의 강인한 섀시 개발 능력 및 차량 조율 능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내리막에서의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장하는 힐 디센트 기능과 4H, 4L 모드를 통한 보다 강력한 트랙션의 확보 등 제대로 갖춰진 차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견인 능력 역시 대단했다. 제원 상 3.4톤에 이르는 견인 능력을 갖고 있는 타호 뒤에 10m 길이, 3.1톤의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이를 끌었는데 오르막 구간에서는 거침 없이 끌어 올라가는 힘을 느낄 수 있었고, 내리막 구간에서는 육중한 무게가 차량을 밀고 있음에도 견실하게 버티는 차체와 하체의 조율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좋은점: 우수한 패키지, 넉넉한 공간, 탁월한 주행 성능
아쉬운점: 표면적 부담이 큰 가격, 평범한 실내 질감
도로를 지배하는 새로운 아이콘, 쉐보레 타호
쉐보레 타호의 등장은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캐딜락 브랜드의 정체 속에서도 꾸준히 판매를 이끌었던 ‘에스컬레이드의 성공 방정식’이 유효하다는 의미이며, 획일화되고 있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시장과 소비자들의 요구는 여전히 다채롭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더불어 타호의 구성을 살펴보고 경험해본 결과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포드 익스페디션 대비 자칫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분명 그 이상의 가치를 엿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