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주류 세력인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들이 안팎의 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86세대 인사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6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공교롭게 같은 날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혁신위)는 특정세대의 공천 비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세대 균형 공천' 방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당내 기득권으로 인식되고 있는 86세대를 정조준한 조치다.
최 전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제가 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 있다고 믿었다"며 "제 소명이 욕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무겁게 걸머지고 온 저의 소명을 이제 내려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소명이 필요하다"며 정계 은퇴를 결심한 배경으로 세대 교체의 필요성을 꼽았다.
동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최 전 수석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뒤 4선 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86세대 정치인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고, 최근까지 6·1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출마 여부를 저울질했으나 결국 은퇴를 택했다.
또 다른 86세대 인사인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지난달 정계 은퇴 선언에 이어 최 전 수석이 정치권을 떠나면서 당내 세대 교체 흐름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초선의원들과 외부인사로 구성된 혁신위는 86세대를 겨냥한 세대 균형 공천 방안을 발표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를 공천할 때 특정 세대가 전체의 5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혁신위에 따르면 21대 국회 기준 민주당의 50대 공천 확정자는 63.2%에 달한 반면, 40대는 13%, 30대 이하는 2.8%에 불과했다.
만약 혁신위 안이 당론으로 확정된다면 2024년 총선에서는 86세대가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는 입장문에서 "'용퇴하라'는 식의 배제의 정치로는 통합의 정치로 나아갈 수 없다"며 "이젠 586(86세대를 의미)도 경쟁을 해야 한다.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 국민을 대변해 보다 넓은 의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발적 용퇴를 강요하기보다는 세대별로 고른 공천을 통한 사실상의 구조 조정에 나서자는 뜻이다.
혁신위 방안은 여전히 86세대가 주류세력인 민주당에서 수용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당내 '투톱'인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부터 86세대이다. 86세대들은 대선 전후 불거진 용퇴론에 대해 "특정 세대를 전부 나가라는 것은 부당한 프레임"이라는 반응이 다수다. 정계 은퇴 선언이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둘러싼 내홍도 86세대 내 주도권 경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송 전 대표도 86세대이고 그를 비판하는 김민석, 우상호 의원도 86세대 대표 정치인"이라며 "계파는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지만 86세대만은 아직도 흔들림 없는 주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