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양극화

입력
2022.04.06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영어 알파벳 ‘K’가 들어간 용어들은 우리나라의 힘차고 활력 있는 긍정적 이미지를 내포한 게 대부분이다. ‘K팝’부터 시작해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는 약간 관제품 냄새가 나지만 ‘K방역’이라는 조어까지 나왔다. KOREA의 첫 글자인 K는 용어들 속에서 한국형, 한국산, 한국식, 한국적이라는 의미를 갖는 셈이다. 하지만 K자 용어 중 좋은 뜻만 있는 건 아니다.

▦ 2020년 전후부터 자주 등장하는 ‘K양극화’는 부정적 의미가 심각한 용어다. 물론 여기서 K는 KOREA의 K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삐침 획의 지향선이 점점 벌어지는 알파벳 K의 형상으로 양극화 현상을 비유한 것이다. 21세기 들어 ‘부익부빈익빈’은 이전에 비해 더욱 뚜렷해지며 세계적인 사회ㆍ경제적 부조리 현상으로 부각됐다. 글로벌 산업재편,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른 ‘고용 없는 성장’, 부가가치 귀속의 집중 등에 따른 구조적 난제다.

▦ K양극화는 구조적 양극화 흐름을 더 가속시키는 일종의 ‘변종 바이러스’ 같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대개 경기회복 땐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혜택을 입는다. 부자는 물론, 저소득층 사정도 좋아진다. 그럴 경우 정부는 각종 재분배정책을 통해 양극화를 더 완화할 수 있다. 반면 K양극화는 경기가 회복돼도 일자리 감소 등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은 되레 줄어, 재분배정책도 안 먹힐 정도로 양극화가 가속화하는 현상이다.

▦ 신한은행이 최근 낸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K양극화를 보여준다. 지난해 상위 20% 가구소득은 2020년 895만 원에서 948만 원으로 5.9% 늘었다. 반면 하위 20% 가구소득은 183만 원에서 181만 원으로 줄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서비스업 위축과 고용기피 등이 작용해 되레 저소득층 취업여건이 악화한 탓이다. 게다가 집값 급등에 따른 유ㆍ무주택자 간 자산격차도 크게 확대됐다. 그 결과 양극화 상황이 역대 최대치로 악화한 것이다. 기존 양극화 구조에 더해 K양극화까지 겹친 현 상황을 새 정부가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장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