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영광’ 꿈꿨으나… 탐욕에 무너진 미국 유명 전도사의 삶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2.04.08 10:00
12면
디즈니플러스 영화 '타미 페이의 눈'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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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미 페이(제시카 채스테인)는 엄격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교회에서 피아노를 쳤으나 태미 페이가 교회에 오는 걸 원치 않았다. 태미 페이가 전남편 소생이라 자신의 이혼 이력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생각에서였다. 억압 때문이었을까. 태미 페이는 누구보다 더 열성적으로 하느님 곁에 있고 싶었고, 침대에서 기도하며 하느님에게 자신의 미래를 묻고는 했다. 당연한 수순처럼 신학대학에 진학했고, 신실한 남자 짐 베이커(앤드루 가필드)를 만난다.

①신심과 야망을 함께 품었던 부부

태미 페이와 짐은 신심이 두텁다. 짐은 특히나 오럴 로버츠 목사 같은 전도사가 되고 싶다. 방송으로 복음 전파에 앞장선 인물이다. 태미 페이와 짐은 가진 게 딱히 없다. 춤과 노래에 능숙한 태미 페이가 인형극을 통한 전도를 생각해낸다. 아이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전하기 쉽고, 아이들 따라 부모가 교회에 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교회들을 떠돌며 인형극을 펼치던 두 사람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기독교 방송에서 인형극을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온다.

인형극 방송은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짐은 만족하지 않는다. 어른들을 위한 선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 야망은 현실이 된다. 짐은 명성을 얻는다.

②연예인의 삶을 살게 된 전도사

명성은 돈을 부른다. 태미 페이와 짐은 독립해 자신들만의 방송 시스템을 구축한다. ‘PTL클럽’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도에 나선다. PTL은 ‘주를 찬미하라(Praise the Lord)’는 의미다. ‘PTL클럽’은 하루 3,000만 명이 볼 정도로 인기를 얻는다. 전도를 위한 기부금이 쏟아진다. 태미 페이 부부의 생활은 호사스러워진다.

영향력은 커지고, 재력은 남부럽지 않다. 태미 페이 부부는 목표를 이룬 듯하나 행복하지 않다. 하느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많은 자선사업을 도모하고, 그렇게 돈이 모이면 더 큰 사업을 기획한다. 그러면 또 돈이 필요하다. 유명 연예인처럼 살게 된 태미 페이와 짐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 태미 페이도, 짐도 다른 이에게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③재력이 안식을 가져오지 않는다

태미 페이의 어머니는 딸이 못마땅하다. 대저택에 살며 돈과 인기에 취한 딸에게 굳은 얼굴로 이렇게 말한다. “선교로 돈을 벌면 안 된다.”

예정된 수순처럼 파국이 찾아온다. 짐의 성추문이 이어지고, 기부금 유용 의혹이 불거진다. 태미 페이가 누렸던 화려한 삶은 물거품처럼 꺼진다. 재기를 노리나 사회는 외면한다. 태미 페이는 옛 지인에게서 연락을 받고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남편이 롤모델로 삼았던 목사가 세운 오럴 로버츠 대학 행사에서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여우주연상과 분장상을 받은 영화다. 제시카 채스테인은 20대부터 50대까지의 태미 페이를 선보인다. 순수하면서 발랄했던 청춘의 모습부터 탐욕에 휘둘리고 강박에 짓눌린 중년까지 이물감 없이 소화해낸다. 적어도 올해 오스카의 여우주연상 수상자 선택은 옳았다. 흥미로운 인물을 평면적으로 그려 아쉽다. 태미 페이는 보수 기독교 인사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성소수자들을 옹호했다. 에이즈가 창궐하던 1980년대였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기독교 교육을 받은 태미 페이가 왜 남편과 다른 길을 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