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당대표, 20대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의도 정치권을 휘젓는 시대다. 마침내 헌정 사상 처음으로 10대 청년이 출사표를 던졌다. 대학교 1학년 최정현(19)씨가 주인공.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경기 남양주을 시의원 예비후보로 나선 그는 지난해 12월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만 18세로 낮춘 이후 처음 등장한 10대 출마자다.
최 예비후보는 정치 신인의 앳된 모습과 달리 "청년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청년 정치인이라면 으레 청년 의제에만 목소리를 낼 것이란 편견을 깨고 지역 현안에 집중하겠다"며 오로지 비전과 실력으로 승부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5일 최 후보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최초 10대 출마자 기록을 세웠는데.
"의도한 건 아니다. 많이 얼떨떨하다. 이 기록이 빨리 깨졌으면 좋겠다. 단, 기록을 깨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정말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어서 출마를 결심하는 분이 저와 같이 얼떨떨하게 (기록을) 깼으면 한다."
-선출직 첫 도전으로 시의원을 선택한 이유는.
"주민들의 불편을 가장 피부에 와닿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시의원이다. 또 제가 책임질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란 측면에서도 시의원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당선 여부를 떠나서 시의원 역할만으로 부족하다면 다음에는 도의원, 시장,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도전할 수 있지 않겠나."
-언제부터, 왜 정치에 관심을 가졌나.
"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녔는데 버스요금 오르는 것도 다 정치더라. 관심을 안 가질 이유가 없었다."
-주변 반응은.
"친구들은 '제가 언젠가 (정치를) 할 것 같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나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다만 악플은 보지 말라고 조언했다. 부모님은 평소 제 생각을 많이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시는 편이다. 이왕 하기로 했으니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일상이 달라졌을 텐데.
"학기 중이라 학교를 갔다 오면 유세를 하거나 과제를 하며 지내고 있다. 일주일에 네 번 정도는 유세를 나가려 하고, 요즘은 공천 신청 기간이어서 하루 종일 필요한 서류를 떼고 왔다. 학업과 선거를 병행하다 보니 너무 빡세서 조금 후회하고 있다(웃음)."
-유세 나가면 현장 반응은.
"젊은 사람이 나왔으니까 새롭게 잘해보라는 말씀을 들었다. 비판도 듣긴 하지만 저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당(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이었다. '젊은 친구니까 그래도 때 묻지 않고 현장의 얘기를 좀더 잘 들어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느껴졌다."
-청년 출마자가 무척 적은데.
"(청년이 출마하기에) 여건이 어렵기 때문이다. 돈, 조직, 인맥 문제를 비롯해 서류 작업이 굉장히 복잡한데 이게 정치 신인에게 문턱으로 작용한다. 저는 일단 돈은 최소 비용으로 치른다는 원칙을 세웠다. 다행히 예비후보자는 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아 기껏해야 선거복장, 명함 정도에 돈이 든다. 또 서류 준비는 선거관리위원회나 당원협의회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그동안 '청년 정치'가 구호로만 끝났는데.
"많이 듣는 이야기다. '어린 아이가 뭘 아느냐'고 생각하는 분이 많이 계신다. 그것 때문에 권한이 안 내려오는 부분도 있다. 우선 저는 공천부터 받아야겠지만 청년이란 이름표를 떼고 당당하게 경쟁해서 비전으로만 당선되고 싶다. 또 시정 활동을 하면서 능력으로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 지적도 다 수용하고 실력으로 보여드리겠다."
-청년 정치인인데도 '청년 이름표'를 떼겠다는 점이 인상 깊다.
"청년이란 프레임에 매몰되지 않으려 한다. 제가 지금까지 준비한 공약 중에선 청년 공약이라고 할 게 없다. 제가 출마하는 지역에서 가장 관심이 있는 문제가 교통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약을 제 대표 공약으로 촘촘하게 준비했다. 청년이라고 해서 청년 문제에만 목소리를 내고, 지역 현안과 동떨어진 건 아니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나.
"제가 청년이란 이름을 달고 그것을 이용해 도움을 받으려 했으면 비판이 두렵고 부끄러웠을 텐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다. 빚질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