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취수원 이전에 멀리 떨어진 울산이 환영한 이유는?

입력
2022.04.05 16:40
대구 취수원 다양화로 울산이 운문댐 이용
암각화 보호 과정서 줄어드는 취수량 보충

경북 구미시 해평취수장 물을 대구와 공동 활용하는 내용을 담은 ‘맑은 물 나눔과 상생 발전에 관한 협정’ 체결 소식에 울산시가 두 팔 벌려 환영하고 나섰다. 대구 지역 취수원이 다변화되면, 반구대암각화 침수 방지 작업에서 줄어들 수 있는 울산 지역 물공급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5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 시행을 위해 화합과 상생의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준 대구와 구미시민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4일 대구와 구미는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평균 30만 톤을 추가 취수해 대구·경북지역에 공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으로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의결한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의 후속조치 차원에서 이뤄졌다. 통합물관리방안에는 반구대 암각화 보호를 위해 경북 청도군의 운문댐 물을 울산에 공급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는 높이 2.5m, 너비 9m 바위벽에 고래와 호랑이, 사슴 등 300점이 새겨진 그림이다. 인류 최초 기록 유산으로 꼽히지만 울주군 사연댐 상류에 위치해 있어 비가 내리면 침수와 훼손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울산시는 상습적인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사연댐에 수문 3개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수문이 설치되면 울산 유일 식수원인 사연댐의 예상 용수 공급량이 하루 13만 1,000㎥로 줄어, 계획량(18만㎥) 대비 27% 모자라게 된다. 문화재를 보호하려면 다른 취수원에서 물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결국 울산시 입장에선 이번 협약으로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물 공급,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울산시는 반구대암각화 일대를 관광명소로 조성해, 대구·구미·청도 주민이 방문하면 울산시민에 준하는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물 공급 상황을 낙관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미시의 내부 반발이 아직 거센 데다 말 그대로 협정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기 때문이다. 코앞에 둔 지방선거도 변수다. 송 시장은 “정부도 큰 관심과 지원을 쏟고 있는 만큼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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